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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폴 오스터 폴 오스터 1부 내가 물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열두 살 때였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내게 그러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 기술을 하룻밤 새에 배운 척하려는 것은 아니다. 예후디 사부는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세인트루이스의 길거리에서 푼돈을 구걸하고 있던 고아인 나를 찾아냈고, 그 뒤로 3년 동안 꾸준히 가르친 다음에야 내가 사람들 앞에서 묘기를 보이도록 허락했다. 그것은 홈런왕 베이브 루스와 대서양을 처음 횡단 비행한 찰스 린드버그가 이름을 날렸던 1927년, 전세계에 영원한 밤이 내리기 시작한 바로 그 해였다. 7p-1 「이 아이는 이솝이다.」사부가 내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지. 얘한테 인사해라, 월트, 그리고 손을 잡아 흔들어. 아이는 네 새형이..
<폭력의 위상학> 한병철 한병철 한병철 서론 ​ 1부 #폭력의거시물리학 ​ #폭력의위상학 ​ 그리스인들은 고문을 아낙카이라고 불렀다. 아낙카이는 "필연", 또는 "불가피성"을 뜻한다. 고문은 운명이나 자연법칙으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것은 물리적 폭력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승인하는 사회의 인식이다. 근대사회가 영혼의 사회라면 이 사회는 피의 사회로서 근대사회와 구별된다. 여기서 갈등은 폭력을 동원함으로써 즉각, 전격적으로 해결된다. 외적 폭력은 영혼의 짐을 덜어준다, 이러한 폭력을 통해 고통이 외부화되기 때문이다. 영혼은 고통스러운 독백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는다. 폭력은 근대에 들어와 정신화, 심리화, 내면화의 과정을 겪는다. 13p-2 2장 #폭력의고고학 인간은 돈을 더 많이 가질수록 더 강해지고, 더 안전해지고, ..
<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한병철 한병철 #매끄러움 매끄러움은 현재의 징표다. 매끄러움은 제프 쿤스의 조형물들과 아이폰과 브라질리언 왁싱을 연결해 준다. 오늘날 우리는 왜 매끄러움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매끄러움은 미적 효과의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의 사회 전반적 명령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긍정사회를 채현하는 것이다. 매끄러운 것은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좋아요를 추구한다. 매끄러운 대상은 자신의 반대자를 제거한다. 모든 부정성이 제거된다. 9p-2 #매끄러운몸 바로 이런 불안함, 자신에 대한 근심이 셀카 중독을, 전혀 끝날 줄 모르는 자아의 공회전을 낳는다. 내면의 공허를 덮기 위해 셀카의 주체는 자신을 생산하려고 헛되이 애쓴다. 셀카는 공허한 형태의 자아다. 셀카는 공허를 재생산한다...
<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엘리자베스 콜버트 엘리자베스 콜버트 #프롤로그 시작은 암울할 거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처음은 약 20만 년 전에 출현한 새로운 종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아직까지 이 종은 이름도 없지만 다른 종에 이름을 붙일 정도의 능력은 있다. 다른 신생 종과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종의 위치도 위태로운 상태다. 개체수도 적고 활동범위도 북아프리카의 일부분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그 수가 늘어나고 있으나 다시 줄어들어 천여 쌍 정도만이 남을 가능성 - 일각에서는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이 높다. 7p-1 1장 #여섯번째멸종 ​ 2장 #마스토돈의어금니 퀴비에는 아메리칸 마스토돈에 관한 한 거의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그는 이 짐승이 5천 년이나 6천 년 전에 사라졌을 거라고 주장했고..
<나와 타자들> 이졸데 카림 이졸데 카림 이졸데 카림 1장 과거-#동질사회 라는 환상 우리는 다원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새로우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비다원화 사회, 즉 동질 사회로 돌아갈 방법은 이제 없다. 이렇게 단어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설명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다원화 사회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다르게 던져 보자. 이런 사회에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을 뜻 할까? 11p-1 2장 지금-#다원화 가 모든 것을 바꾼다 그러므로 무엇이 변하는가라는 질문에 더해 다음 질문들에 분명하게 답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원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는 어떻게 변하는가? 우리의 무엇이 변하는가? 이 대답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가 변한다.'라는 명제가 다원화의 핵심이기 때문..
<쿼런틴> 그렉 이건 그렉 이건 그렉 이건 #그렉이건 (Greg Egan) 1961년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서 태어나,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에서 수학 학위취득 ​ 1990년대 초부터 잡지에 중.단편을 발표 SF계의 돌풍을 일으킨 '하드 SF 르네상스'의 대표주자 ​ 장편 데뷔작이자 #주관적우주론 3부작의 첫 작품 (1992) ​ 제1부 마음의 병은 천년왕국의 신봉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라는 것이 돌았다. 지구 부피의 8조 배에 달하는 공간에 "갇혔다는" 생각이 야기하는, 히스테리컬하며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폐소공포증적"인 반응이 나타났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19세기 상류층을 엄습했던 시답잖은 노이로제 증세만큼이나 기이한, 거의 농담 수준의 사건이었다. 38p..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한병철 한병철 서문 - 사랑의 재발명 ​ 1장 #멜랑콜리아 그런데 이러한 사회학적 사랑 이론들은 오늘날 사랑이 무한한 자유나 무제한의 가능성보다는 어떤 다른 변화로 인해 훨씬 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사랑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단순히 다른 타자의 공급이 넘치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오늘날 모든 삶의 영역에서 타자의 침식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이와 아울러 자아의 나르시시스트화 경향이 강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타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사실 극적인 변화 이지만, 치명적이게도 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17p-9 2장 #할수있을수없음 성과사회는 금지 명령을 발하고 당위('해야 한다')를 동원하는 규율사회와 반대..
<인간이라는 기계에 관하여> 존 셜리 존 셜리 존 셜리 #머리말 딱히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대라면? 우선, 나는 왜 이런 책을 쓰게 되었을까? 글쟁이가 책을 쓰는 이유랍시고 늘어놓는 이런저런 궁상맞은 동기들을 차치하더라도, 왜 하필 지금 G. I. 구르지예프에 관한 입문서를 세상에 내놓는단 말인가?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단순 명쾌한, 업데이트된 구르지예프 소개서를 써야 한다는 일종의 절박감 - 아니면 적어도 필요성 - 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구르지예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상황의 무시무시함' 속에 푹 잠겨 있기 때문이다. 11p-2 1장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가 있고 싶어하는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작용의 역사가 아니라 반작용(reaction)의 역사이며, 자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