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시바타쇼 , 193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 독문과를 졸업, 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1960년 동인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록탈관 이야기>가 <문학계>에 전재되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1964년 <그래도 우리의 나날>로 제51회 #아쿠타가와상 을 받았다. 60년대, 7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책
#서장
하지만 번역자가 책을 내는 일은 역시 중대한 일이다. 그들은 그 책으로 인해 조금쯤 흥분하고, 쾌활해져도 좋을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삶이 결국은 갖가지 시간 때우기의 퇴적이라면, 틈틈히 몰두할 수 있는, 혹은 몰두한 척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나 또한, 하고 지저분해진 헌책 사이에 선 채로 생각했다. 나 또한 앞으로 반년만 지나면 지방 대학의 영어 강사가 되어, 번역서도 한 권쯤 낼 것이다. 그때는 나도 마찬가지로 조금은 흥분해 옮긴이 후기를 쓰고, 그리고 잠시 행복할 테지.
12p-17
사노의 편지가 내 마음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갔을 리는 없다. 나는 H전집을 산 날 밤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헌책방 책꽂이에서 H전집이 내 마음 한구석에 감춰졌던 공허함에 호소한 것 같은 그 기묘한 체험. 그것은 죽은이가 마음으로 한 호소였던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내 그걸 지워버렸다. 우리에게는 모두 각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과 죽음이 있다. 사노의 삶과 죽음은 어차피 그의 삶과 죽음이었다. 혁명가이고 싶었지만 혁명가가 되지 못한 사노. 그런 그가 왜 내게 호소했을까. 나는 머잖아 어학 강사가 되어 강사로 살고, 두세 권의 역서라도 내서 잠깐 행복해지다, 끝내는 어학 강사로 늙어가려고 마음먹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는 인간이다.
99p-2
사노 씨의 유서가 내 손에 전해진 날 밤, 그 유서를 펼쳤을 때, 그 속에서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무엇을 떠올릴까'하는 의문이 못처럼 내 가슴에 콕 박혔어. 마치 내게 던지는 질문 같더라. 그리고 그 대답을 찾았을 때, 나는 내가 그런 무서운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갖고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
175p-8
<록탈관 이야기>
그럴 리는 절대 없다. 있었을 리 없지 않은가. 정말로 지금에 와서는 어느 쪽이 그때의 진실인지 확인할 도리도 없지만, 해마다 그 더운 계절이 찾아오면 반짝거리는 해변, 먼지와 굉음이 가득한 도시의 대로, 꼼짝도 할 수 없는 만원 전철 등에서 느닷없이 그때의 분노가 내 몸에 되살아나, 나른함과 자기기만으로 무너지려 하는 온몸을 뚫고 모든 것을 파괴할 듯이 타오른다. 그때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빛은 산산이 부서진 록탈관의 무수한 파편에 부딪히고 반사되어 똑같이 무수한 수의 날카로운 금색 화살이 되어 내 몸을 찔렀다. 그리고 공허하게 끝없이 펼쳐진 내 마음의 창공에는 허무한 빛이 넘치는 가운데 수많은 검은 맹수가 난무하고, 살을 에듯이 계속 포효한다.
"그때 너는 어땠어?"
"그때 너는 어땠어?"
234p-16
신형철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마지막 장 인생의 책에서 추천한 책 <그래도 우리의 나날>
"죽는 순간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를 생각하며 읽은 오래된 소설 그 속에서 발견하는 짧은 소설
그리고 독특한 시바타 쇼의 첫번째 단편 <록탈관 이야기>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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