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산문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산문
#신형철 (1976~ )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2008), #산문집 <느낌의 공동체>(2011), #영화에세이 <정확한 사랑의 실험>(2014),
2014년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정 에서 #비평론 을 강의하는 저자의 두 번째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책머리에
1부 #슬픔에대한공부
당신의 지겨운 슬픔, 슬픔에 대한 공부,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 허무, 허무 그리고 #허무
기도를 마친 사내는 자신의 카페 안에 있는 바에 앉아서 술 한잔을 마시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집으로 옮긴다. 불과 여덟 쪽이 안 되는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이 소설의 착잡한 여운은 여전히 그 카페에 남는다. "허무 그리고 허무 그리고 허무(nada y pues nada y pues nada)." 이런 기분에 사로잡혀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행여 아직 없다하더라도, 언젠가 세월이 흘러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에 앉아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가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될지 모른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언젠가 내가 읽은 적 있는 삶이라는 것을.
60p-18
2부 #삶이진실에베일때
피 흘려 깨달아도 또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반복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러나 믿을 수밖에. 지금의 나는 10년 전의 나보다 좀 더 좋은 사람이다. 10년 후의 나는 더 좋아질 것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데 믿음조차 없으면 가망 없을 것이다. 문학은 그 믿음의 지원군이다. 피 흘리지 않으면 진정으로 바뀌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거꾸로 말하면, 피 흘리지 않고 인생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을 나대로 시도해보았으나 결과는 이렇게 변변찮다. 수없이 다시 물어야 하리라.
176p-21
3부 #그래도우리의나날
문학작품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업이라 어떤 작품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더러 받는다. 평론가마다 다 다를 그 대답에 점수를 매긴다면,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답은 아마 낙제 점수를 받을 법하다. 진부한 데다가 별 뜻도 없는 말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작가들은 도대체 당신이 말하는 '깊이'라는 게 뭐냐고 불평을 터뜨릴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그리 싫지가 않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좋은 작품에는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서 그 어둠 속에 앉아 있어본 작가는 대낮의 햇살에서도 영혼을 느낄 것이다.
내게 작품의 깊이란 곧 '인간 이해'의 깊이다.
201p-1
4부 #시는없으면안되는가
정확하게 말하고 정확하게 사랑받는 일이 가능하다면 사람은 정확하게 죽을 수도 있는 모양이다. 정확한 죽음이란 또 무엇일까. 시인이 보여주는 것은 정확하지 못한 죽어감의 풍경이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채 "잘못했어 잘못했어"라고 빌고 있는 사람, 그런데 도대체 누구에게 빌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 그럼 정확한 죽음이란 그 반대의 것, 그러니까 그 누구에게도 잘못을 빌 필요 없는 죽음, 그렇게 회한도 미련도 없이 죽는 일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불가능한 선물"을 받는 일일 것이다.
326p-18
5부 #넙치의온전함에대하여
얼굴에서 음성으로, 음성에서 글자로, 당신은 축소 조정돼왔다. 그러면서 당신은 쉬워졌다. 이 변화의 와중에 당신이 뭔가를 점점 잃어왔기 때문이다. 아, 이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 하면서 느끼게 되는 바로 그것, 그 '다름'말이다. 철학 책에 자주 나오는 용어대로라면, 타자의 타자성 말이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타자의 타자성을 본의 아니게 점차 축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온 것처럼 보인다. 이제 나는 당신을 만날 필요가 없다. 당신의 음성조차 듣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라는 글자와 대화를 나누면 되는 것이다.
353p-2
부록 : #추천리스트
#릴케 <두이노의 비가>, 손턴 와일더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시바타쇼 <그래도 우리의 나날>, #존윌리엄스 <스토너>,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도런스 켈리 <모든 것은 빛난다>
책의 #표지그림 Tim Eitel <Mur Vert> 을 보면 인간의 슬픔이 느껴진다. 그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이야기한 산문집
문학평론가로 그리고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활동하는 저자의 글을 통해 좋은 글은 어떤 글인가를 생각한다.
사람이 책을 통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그의 추천 도서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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