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이노의 비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의 비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마리아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926)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평생을 떠돌며 실존의 고뇌에 번민하는 삶을 살았다.
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던 체코 프라하의 독일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프라하 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
1897년 연인 루 살로메를 만나며 문학적으로 성숙, 그가 1912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해안의 두이노성에서 완성한 제1비가
그리고 마지막 비가를 1922년에 완성하였다.
마리 폰 투른 운트 탁시스 호엘로에 후작 부인의 소유에서 (1912/1922)
#제1비가
내가 울부짖은들, 천사의 위계에서 대체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 줄까? 한 천사가 와락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 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 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기를, 냉정히 뿌리치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
9p-1
10비가
······
그러나 그들, 영원히 죽은 자들이, 우리에게 하나의 비유를 일깨워 주었다면,
보라, 그들은 어짜면 손가락으로 텅 빈 개암나무에, 매달린 겨울눈을 가리켰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비를 말했을까, 봄날 어두운 흙 위에 떨어지는.-
그리고 상승하는 행복만을 생각하는 우리는,
어떤 행복한 것이 추락할 때면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리라.
101p-14
전문 해설, <제1비가>에 대해서
"내가 울부짖은들, 천사의 위계에서 대체/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 줄까?" 첫 문장부터 시적 화자는 연극 무대의 조명아래 홀로 서 있는 것처럼 허공을 향해 비탄의 외침을 내뱉는다. 천사를 향한 외침이지만 천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울부짖은들'에 해당하는 독일어 동사의 원형은 'schreien'이다. 공포나 불안감에 내뱉는 특별한 뜻이 없는 소리다. 이런 울부 짖음이 이 작품의 첫 시작을 알리는 것은 '비가'라는 장르와 정확히 일치한다.
111p-13
<제10비가>에 대해서
그리고 상승하는 행보만을/ 생각하는 우리는/ 어떤 행복한 것이 추락할 때면/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리라." 시적 화자는 지금까지 <두이노의 비가>의 숱한 고통의 길을 동반하여 걸어왔다. 이제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이승에서의 행복은 솟아오름으로 표현된다. 행복이 그 기쁨을 느끼는 자에게 하늘로 치솟는 날개를 달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에서 죽은 자가 걷는 길을 따라가 보았다. 고통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어린 죽음의 영원한 침묵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세속에서 늘 "상승하는 행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작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가 없다. 그런 행복이 아닌 죽음을 생각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완성될 수 있다. 죽음은 결국 삶의 종말이 아니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존재의 근원적 바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300p-10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이야기한 또다른 인생책 <두이노의 비가>
뭔가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묘한 시어들의 반복된다. 시의 해설을 통해 그 슬픔의 의미가 조금 전달된다.
옮긴이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듯이" 우리의 마음을 열고 바라보아야 하는 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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