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피로 사회> 한병철
#한국어판서문
#신경성폭력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신경성 질환들, 이를테면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계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이 21세기 초의 병리학적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전염성 질병이
아니라 경색성 질병이며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다.
따라서 타자의 부정성을 물리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면역학적 기술로는 결코 다스려지지 않는다.
11p-7
#규율사회의피안에서
그리하여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
과다한 노동과 성과는 자기 착취로까지 치닫는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더 효율적이다. 착취자는 동시에 피착취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이러한 자기 관계적 상태는 어떤 역설적 자유, 자체 내에 존재하는 강제구조로 인해 폭력으로 돌변하는 자유를
낳는다. 성과사회의 심리적 질병은 바로 이러한 역설적 자유의 병리적 표출인 것이다.
29p-1
#깊은심심함
철학을 포함한 인류의 문화적 업적은 깊은 사색적 주의에 힘입은 것이다. 문화는 깊이 주의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깊은 주의는 과잉 주의에 자리를 내주며 사라져가고 있다. 다양한 과업, 정보 원천과 처리 과정 사이에서 빠르게 초점을 이동하는 것이 이러한 산만한 주의의 특징이다. 그것은 심심한 것에 대해 거의 참을성이 없는 까닭에 창조적 과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는 저 깊은 심심함도 허용하지 못한다.
32p-3
활동적 삶, 보는 법의 교육
참선은 자기 안에서 어떤 주권적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연습, 중심이 되고자 하는 연습이다. 이에 반해 긍정적 힘만을 지닌 사람은 대상에 완전히 내맡겨진 신세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활동과잉은 극단적으로 수동적인 형태의 행위로서 어떤 자류로운 행동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는다. 그것은 긍정적 힘의 일방적 절대화가 낳은 결과이다.
53p-17
#바틀비 의 경우, #피로사회
"피로한 자는 또 다른 오르페우스로서 가장 사나운 동물들조차 그의 주위에 모여들어 마침내 피로를 나눌 수 있게
된다. 피로는 흩어져 있는 개개인을 하나의 박자속에 어울리게 한다." 무위를 향한 영감을 불어넣은 저
"오순절의 모임"은 활동사회의 반대편에 놓여 있다. 한트케는 거기 모인 사람들이 "언제나 피로한 상태"라고
상상한다. 그것은 특별한 의미에서 피로한 자들의 사회이다. "오순절-사회"가 미래사회의 동의어라고 한다면,
도래할 사회 또한 피로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73p-6
#우울사회
자본주의가 일정한 생산수준에 이르면, 자기 착취는 타자에 의한 착취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능률적으로 된다.
그것은 자기 착취가 자유의 감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성과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성과주체는 완전
히 타버릴 때까지 자기를 착취한다. 여기서 자학성이 생겨나며 그것은 드물지 않게 자살로까지 치닫는다.
프로젝트는 성과주체가 자기 자신에게 날리는 탄환임이 드러난다.
103p-6
단순한 생명 기능으로 환원된 삶은 무조건 건강하게 유지해야만 하는 삶이다. 건강은 새로운 여신이다.
따라서 벌거벗은 생명은 신성하다. 성과사회의 호모 사케르는 절대로 죽일 수 없다는 점에서 주권사회의 호모 사케르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을 지닌다. 이들의 생명은 완전히 죽지 않은 자들의 생명과 비슷하다.
그들은 죽을 수 있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살 수 있기에는 너무 죽어 있는 것이다.
113p-17
<피로사회> (2010)를 마지막으로 한병철의 책들 투명사회, 시간의 향기, 권력이란 무엇인가, 에로스의 종말, 폭력의 위상학을 읽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다양한 답을 할 수 있지만 작은 책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해설하는
자기만의 정원에서 시간의 향기를 전하는 철학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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