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하루키 (村上春樹) 1979년 <바람의 노래>, 1982년 <양을 쫓는 모험>, 1985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987년 <노르웨이의 숲>, 1996년 <태엽 감는 새>, 2005년 <해변의 카프카>, 2009년 <1Q84> 를 발표한 작가
2023년 그가 오랜동안 남겨두었던 작품을 발표했다.
1부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그 여름 해질녘, 우리는 달콤한 풀냄새를 맡으며 강을 거슬러올라갔다. 야트막한 물둑을 몇 번 건너고,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서 웅덩이에서 헤험지는 가느다란 은빛 물고기를 구경했다. 둘 다 조금 전부터 맨발이었다.
맑은 물이 복사뼈를 차갑게 씻어내고 강바닥의 잔모래가 발을 감쌌다-꿈속의 부드러운 구름처럼.
나는 열일곱 살, 너는 나보다 한 살 아래였다.
11p-1
2부
"나는 내 그림자가 아무래도 신경쓰여, 특히 최근 들어서. 자기 그림자에 대해 인간으로서 져야 할
책임 같은 걸 느끼지 않을 수가 없어. 과연 나는 내 그림자를 지금껏 정당하게, 공정하게 대해왔을지."
"저기······ 그것도 이번 이직을 고려한 이유 중 하나일까요?"
"그런지도 몰라."
오키는 다시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지만,
제 그림자에 대해 생각 좀 해볼게요. 무엇이 정당하고 공정한지."
247p-19
3부
내 의식과 내 마음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다. 내 마음은 어떤 때는 봄날의 들판에서 뛰노는 어린 토끼이고,
또 어떤 때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마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렇다, 마음이란 붙잡기 힘들고, 붙잡기 힘든 것이 마음이다.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 나는 가까스로 그렇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소년은 나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천천히 생각하세요.
아시다시피 이곳에는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까요.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여기에는
시간이 무한히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이 훅하고 꺼지며 깊은 어둠이 내렸다.
754p-17
#작가후기
오랜시간 함께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로운 장편소설을 만났다.
익숙한 하루키월드에 들어가는 즐거운 경험, 우리가 사는 세계와 또다른 세계의 존재
읽으면서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소설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아쉬움까지 남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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