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1.

1년 내내, 미국 전역을 가로질러 돌아다니면서 돈이 다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차만 몰았다. 처음에는 그 일이 그렇게까지 오래 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일에 뒤이어 다른 일이 계속 꼬리를 물었고, 그래서 나쉬가 자기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차렸을 때는 그 일이 끝났으면 하고 바라는 시점을 넘긴 뒤였다. 열두 달 하고도 사흘째로 접어들던 날, 그는 길에서 우연히 자칭 도박의 명수라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것은 마치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마구잡이 식의 우발적인 만남이었다.

5p-1

5.

게임은 그들이 차 대접을 받았던 바로 그 방에서 벌어졌다. 소파와 창문 사이의 빈 공간에 커다란 접이식 테이블이 설치되자 나쉬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나무 테이블과 그 둘레에 놓인 빈 의자들을 보면서 자기가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당장 알아차렸다. 그가 이제부터 벌어지게 될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그러자 별안간에 강렬한 위기감이 찾아와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이 쿵쿵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가 그 테이블에서 목숨을 건 도박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 위험의 광기가 일종의 경외감으로 그를 사로 잡았다.

149p-1

9.

작곡가를 모차르트와 하이든으로 좁히기는 했지만, 그 다음에는 꽉 막혀 버린 느낌이었다. 그 곡이 얼마 동안은 모차르트의 작품인 것처럼 들리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하이든의 어떤 작품인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나쉬는 그 곡이 어쩌면 모차르트가 하이든에게 바친 4중주곡들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정반대일 수도 있었다. 어느 면에서 그 두 사람의 음악은 서로 접하는 것처럼 보였고 더 이상 구별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렇더라도 하이든은 위임을 받고 궁정에서 임명을 받아 세상이 그 당시에 제공할 수 있었던 온갖 혜택을 누리며 원숙한 늙은 나이까지 살았던 반면, 모차르트는 젊었을때 가난하게 죽었고 그의 시신은 공동 묘지에 던져졌다.

346p-5

폴 오스터의 장편소설들을 읽어가고 있다. 오스턱 적인 주제의식의 하나인 인생의 우연적인 사건들,

<우연의 음악>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만남과 사건들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거기에 겹쳐지는 음악적인 요소로 흥미를 더해가는 작품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