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서곡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게 브루클린을 추처했고 그래서 바로 이튿날 아침에
나는 그지역을 한 바퀴 둘러볼 셈으로 웨체스터에서 그곳을 향해 길을 나섰다.
지난 56년 동안 거기에 다시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탓에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부모는 내가 세 살때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이사를 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내가 전에 우리가 살던 곳 근처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마치 상처 입은 개가 그러하듯 태어난 본거지로 기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9p-1
#뜻밖의해후 , 궁정이여 잘 있어라, #연옥 , #장벽의붕괴 , 당혹스러운 폭로, #악당에관하여
「한 번 악당이면 영원한 악당이야. 사람이란 결코 변하지 않는 법이거든」
「견해차이겠지요. 나는 변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너는 보험 회사에서 일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래. 남을 속이려는 열정은 보편적인 거야, 이녀석아. 그리고 일단 거기에 맛을 들이면 헤어나기가 힘든 법이고. 쉽게 돈을 버는것 - 그보다 더한 유혹도 없거든. 똑똑한 친구들이 계획적으로 차 사고를 일으키고 위법행위로 사기를 치는 일을 생각해 봐. 자기 가게와 공장에 불을 지르는 장사꾼에다. 심지어 자신의 죽음을 조작하는 자들도 있어. 나는 그런 짓거리를 30년 동안이나 보아 왔는데도 전혀 질리지가 않더구나. 인간의 비뚤어진 심보를 그대로 드러내는 장관이라고 할 수 있거든. 그런 일은 사방 천지에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네가 좋아하든 말든 그거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쇼지.」
70p-24
#사노라면, 정자 은행에서의 경악, #브루클린 의 여왕, #인간의어리석음에관하여 , 담배 한 개비 피우기, #야바위
"그렇게 하려고 해보았소. 장장 9년 동안이나 그러려고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습디다. 내 속에 꼬마 도깨비가 하나 들어앉아 있는데, 내가 그놈이 이따금씩 밖으로 나와서 어떤 못된 짓을 하게 놓아두지 않으면 세상이 너무 지긋지긋하게 따분해지고 말거든. 나는 찌무룩하고 지루한 느낌이 드는 건 딱 질색이오. 뭐에든 미치기를 좋아하는 인간이라서 내 삶이 더 위태로워지면 위태로워질수록 더 즐거워지는 거지요. 어떤 사람들은 카드로 노름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산을 오르거나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지만 나는 사람들을 속여 먹는 걸 좋아하오. ······"
162p-22
문 두드리는 소리, 북쪽으로의 자동차 여행, 우리의 계집아이 또는 바로 코카콜라, 실존의 호텔에서 꿈같은 나날들, 배반, 반격, 작별
그 이후의 진전, 산사나무인가, 호손인가?, 웃는 계집아이, 북쪽으로의 비행, 새로운 삶, 꼭 토니처럼, 영감(靈感),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
내가 길로 들어선 것은 오전 여덟시, 세계 무역 센터의 북쪽 타워에 첫 번째 비행기가 충돌하기 딱 46분 전인 2001년 9월 11일 오전 여덟시였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에는 3천 명을 재로 만들어 버린 연기가 브루클린 쪽으로 밀려올 것이고 그와 함께 죽음과 재가 하얀 구름으로 우리 위로 쏟아져 내릴 터였다. 하지만 그때는 아직 오전 여덟시였고, 눈이 시리게 푸른하늘 밑에서 거리를 따라 걷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그때까지 살아왔던 어느 누구 못지않게 행복했다.
389p-10
옮긴이의 말 : 사랑만이 희망이니
주어진 상황이 같더라도 그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는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대응 방식이, 제아무리 무망하고 참담한 상황에서도, 극적으로 바뀌게 해주는 원동력은 바로 사랑이다. 암 선고를 받고 이혼을 당한 데다 사랑하는 딸에게서 마저 버림받은 전직 생명 보험 영업 사원 네이선 글래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에서 작가가 잃어버린 삶을 되찾기 위한 메시지로 우리에게 전하려는 말은 이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한 나는 삶을 다시 시작해 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 나 자신을 바쁘게 만들어야 했다. 꾸물거리지 말고 무엇이든 해야 했다.
391p-3
폴 오스터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한치 앞도 예상하지 못하는 우리의 인생을 "우연의 미학"이라는 글쓰기로 표현하는 작가를 만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뭔가 비슷한 사건들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다른 양상으로 펼쳐진다.
책의 힘을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는 작품들을 만나는 행복감을 주는 작가 폴 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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