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파크> 폴 오스터
<선셋 파크> 폴 오스터
#폴오스터 작품읽기 <선셋 파크> (2010)
#마일스헬러
그는 스물여덟 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기에게 야심 따위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불타는 야심은 고사하고 그럴싸한 미래를 계획해 보겠다는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플로리다에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며 언젠가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길 때가 오고 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기분이 무르익어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될 때까지는 지금 상태에 만족하고 앞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학을 그만두고 제 힘으로 독립한 이후로 7년 반 동안 그가 뭔가 이룬 것이 있다면 현재를 사는 것, 지금 여기 말고는 생각하지 않는 이와 같은 능력이었다.
10p-12
빙 네이선과 패거리들, #빙네이선
<구체성.> 바로 그가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과 토론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었다. 그는 세상은 만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도 만질 수 있다. 인간은 육체를 타고났다. 육체는 고통을 느끼고 질병으로 고통받고 죽음을 겪기 때문에, 인류의 삶은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래, 불의 발견 덕에 인간이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고 더는 날고기를 먹지 않아도 되었지, 다리의 건설로 발을 적시지 않고 강과 시내를 건널 수 있게 되었고, 비행기의 발명으로 대륙과 바다를 건너면서 시차증이니 기내 상영 영화 같은 새로운 현상들도 출현하게 되었지, 하지만 인간이 주변의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인간 자신은 바뀌지 않았다. 삶에 관련된 사실들은 그대로이다.
81p-17
엘런 브라이스, 마일스 헬러, 모리스 헬러
그러나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태어난 세계의 특징이었다. 투지니 결단이니 여덟 번 쓰러지면 아홉번 일어나라는
식의 할리우드 영화 속 뻔하디뻔한 진부한 이야기들을 기워 붙인 윤리적 우주였다. 그 나름대로 감탄스러운 점도
분명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세월이 갈수록 그는 그중 상당 부분은 가식이었음을,
겉보기에는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을 것만 같던 어머니의 내면에도 역시 공포와 두려움과 견디기 힘든
슬픔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172p-18
모두, 마일스 헬러, 엘런 브라이스, 앨리스 버그스트롬, 메리-리 스완, 모리스 헬러
그가 뉴욕에 남아 법정에서 싸움을 한다 해도 그들에게 희망은 없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를 실망시켰고, 필라를 실망시켰고, 모든 사람을 실망시켰다. 차가 브루클린 다리를 건널때 그는 이스트 강 건너편의 거대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사라진 건물들, 무너지고 불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건물들, 사라져 가는 건물들과 사라지는 손에 대해 생각했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327p-24
#옮긴이의말
낙관주의란 현재의 그 어떤 고통과 상처도 결국 무의미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이 고통과 상처를 견디어 낸다면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주리라는 믿음, 그렇기에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일스를 비롯하여 등장인물들은 다들 각자의 지옥속을 걷고 있지만 포기하지는 않는다. 삶에 어떤 희망도, 기대도 갖지 않기로 결심한 마일스마저도 우연히 만난 아름답고 영리한 소녀 필라를 통해 마래를 꿈꾼다.
333p-1
폴 오스터의 2010년 작품을 읽었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인상을 심어주는 작가의 천재적인 능력
뉴욕 선셋 파크의 빈 집을 무단 점유한 젊은이들 각자의 삶을 통해 바라본 우리들 세상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를 바라보게 하는 문학의 힘을 느끼는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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