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일기> 폴 오스터
<겨울 일기> 폴 오스터
#폴오스터 의 2012년 작품 <겨울 일기>는 1947년 생인 오스터가
"늙어가면서 죽음에 관한 단상을 관찰자 시점으로 담담하게 서술한 작품이다."
2023년 12월을 폴오스터와 보냈다. 그의 책들 #뉴욕3부작 , #달의궁전 , #우연의음악 , #거대한괴물 , #공중곡예사 ,
#브루클린풍자극 , #선셋파크 , #디어존디어폴 그리고 마지막 책 #겨울일기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침대에서 나와 차가운 마룻바닥에 맨발을 내딛고 창문 쪽으로 걸어간다. 당신은 여섯 살이다.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뒷마당의 나뭇가지들은 하얗게 변해 간다.
이제 너무 늦기 전에 말해 보라. 그러면 더 이상 할 말이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니면 당신의 이야기는 잠시 밀어 두고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겠다.
7p-1
당신은 울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 슬퍼하는 식으로 슬퍼할 수 없었다. 그런 당신을 위해 당신의 육체가 무너져 슬퍼해 준 것이다. 공황 상태가 시작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우연한 요소들이 겹치지 않았더라면
(아내의 부재, 술, 수면 부족, 사촌과의 통화, 커피)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그런 요소들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어째서 당신이 어머니의 사망 이후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는지,
어째서 꼬박 이틀 동안 어머니를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없었는지, 그것이 문제다.
140p-22
과거의 실패, 당신의 오판,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무능력, 충동적이고 잘못된 결정들, 감정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에 비추어 보면 당신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오래 지속된 것은 신기한 일이다. 당신은 이렇게 예상을
뒤엎고 행운이 찾아온 이유를 알아내려 애썼지만 아무리 해도 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밤 낯선 사람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녀도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다.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지만, 또 그럴 만한 가치가 전혀없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냥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당신에게 일어날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212p-22
당신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걸을 필요가 있다. 걷다보면 단어들이 떠오르고, 머릿속에서 그것들을 쓰면서 단어들의 리듬을 들을 수 있다. 한 발 앞으로, 다른 발을 앞으로 내밀면서 심장이 이중으로 두근두근 뛴다. 두 개의 눈, 두 개의 귀, 두 개의 팔, 두 개의 발, 이것 다음에 저것, 저것 다음에 또 이것, 글쓰기는 육체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몸의 음악이다. 단어들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때로는 글쓰기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단어들의 음악은 의미가 시작하는 곳이다. 당신은 단어들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지만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걷고 있다.
241p-10
64의 폴 오스터를 만났다. 자신의 삶을 '당신'이라는 단어로 객관화 하면서 발가벗긴 이야기들
스스로의 어둠과 상처를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소설가의 겨울 일기는 앞으로 또다른 봄을 예고하는 듯 하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같은 세상을 사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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