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폴 오스터
<뉴욕3부작> 폴 오스터
#폴오스터 (Paul Auster) 사실주의와 신비주의를 한데 뒤섞어 문학 장르의 미적 특성을 잘보여 주는 작품을 발표
<뉴욕 3부작>은 1986년 발표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폴 오스터는 현대인의 벗어 날 수 없는 한계 조건을 빛나는 솜씨로 그려 보이고 있다.
#유리의도시
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되었다. 한밤중에 전화벨이 세 번 울리고 나서 엉뚱한 사람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훨씬 나중에, 그러니까 자기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을 떼, 그는 우연 말고는 정말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처음에는 단지 사건과 결과가 있었을 뿐이다. 그 일이 다르게 끝이 났건, 낯선 사람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로 미리 정해진 것이었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야기 그 자체이며, 그것에 어떤 의미기 있느냐 없느냐는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9p-1
민감한 독자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겠지만, 빨간 공책은 이 이야기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오스터의 경우, 나는 그가 시종일관 좋지 못하게 행동했다고 확신한다. 만일 우리의 우정이 끝난다면 그것은 순전히 그의 탓이다. 나의 경우, 퀸에 대한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언제까지고 내 곁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사라져 간 곳이 어디이건, 나는 그의 행운을 빈다. (1981~1982)
204p-23
#유령들
맨 처음에는 블루가 있다. 그리고 다음에는 화이트, 그 다음에는 블랙이 있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브라운이 있다.
브라운이 블루를 훈련시키고 요령을 가르친 뒤 나이가 들자 그일을 블루에게 넘겨주었으니까. 일은 그런 식으로
시작된다. 장소는 뉴욕, 시간은 현재이고 그중 어느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블루는 매일같이 사무실로 나가
책상에 앉아서 무슨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오랫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화이트라는 사내가 안으로 들어서고,
그렇게 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9p-1
나 자신은 블루가 그날 아침 기차를 타고 저 멀리 서쪽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심지어는 이 일이 미국에서 끝나지 않았을 수도있다. 은밀한 꿈속에서 나는 블루가 배편을 예약하고 중국으로 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좋아한다. 그렇다면 중국이라고 해두고서 그 정도로 그만두자. 왜냐하면 지금은 블루가 의자에서 일어나 모자를 쓰고 문밖으로 걸어 나가는 순간이므로,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301p-12
#잠겨있는방
지금 생각해 보면 팬쇼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내게 있어서 그는 모든 일이 시작된 근원이었고, 그가 없었다면 나는 여간해서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말을 할 수 있기도 전에, 기저귀를 차고 풀밭을 기어다니는 갓난아이였을 적에 서로를 만났다. 그리고 일곱 살이 되었을 때는 핀으로 손가락을 찔러 평생 동안 피로써 의형제를 맺었다. 이제 나는 내 어린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팬쇼를 본다. 그는 내 안에 있는 사람, 내 생각을 함께 나눈 사람, 나 자신을 돌아볼 때면 언제나 보이는 사람이었다.
305p-1
나는 기차가 들어오기 몇 분 전에 천천히 선로 쪽으로 걸어 나갔다.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 입에서 나온 입김이 내 앞쪽의 대기 중에 허연 김으로 서렸다. 나는 공책에서 종잇장을 하나씩 하나씩
찢어 손으로 박박 구긴 다음 플랫폼 옆에 있는 쓰레기통 속으로 떨어뜨렸다.
내가 마지막 장까지 다 찢어 냈을 때는 기차가 역에서 막 출발하고 있었다. (1984)
480p-24
<뉴욕 3부작>은 1986년 발표되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옮긴의 말처럼 자신의 정신을 탐구하는 여행을 세편의 다른 이야기를 통해 표현해 냈다.
책을 읽으면서 관찰하는 사람과 관찰당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읽는 내가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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