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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마르셀 프루스트

#갇힌여인 2부

타자의 죽음은 마치 우리 자신의 여행, 파리에서 100킬로미터 거리의 장소에 이르자마자 두 묶음의 손수건을

잊어버리고 왔으며, 요리사에게 열쇠를 맡기는 것과, 아저씨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과,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옛 분수가 있는 도시의 이름을 묻는 것을 잊었음을 기억해 내는 여행과도 같다. 그렇지만 갑자기 우리를 엄습하고, 또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에게 그저 인사치레로 소리 높여 말하는 이 모든 망각한 일들에 대해 응답하는 것은,

절대적인 거부를 의미하는 기차 좌석의 현실과 승무원이 외치는, 실현 가능성으로부터 점점 더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역 이름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누락된 일들에 대한 생각을 접고,

그 대신 음식 꾸러미를 풀고 신문이나 잡지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14p-20

음악회가 시작되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곡이 연주되었다. 나는 미지의 나라에 와 있었다. 어느 곳에 있는 나라일까? 어느 작곡가의 작품 속에 있는 걸까? 그것을 알고 싶었지만, 옆에 물어볼 사람이 없었으므로, 나는 내가 끊임없이

읽고 또 읽은 <천일야화>속의 인물이 되고 싶었다. 그 책에서는 불확실성의 순간에 정령이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당황한 주인공에게는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정확하게 밝혀 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순간 바로 그런 마술적인 출현의 혜택을 받은 듯했다.

99p-18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인간을 결코 원망해서는 안 되며, 어떤 사악한 행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보다 빨리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의 영혼이 다른 순간에 진심으로 원하고 실행했던 그 모든 착한 일들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히 앞일을 예측한다는 관점에서도 우리는 오류를 범한다.

237p-2

프랑수아즈는 벨 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내가 자신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꽤 불안해하는

기색이었다. "오늘 도련님께서 너무 늦게 벨을 누르셔서 정말 난감했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거든요.

오늘 아침 8시 알베르틴 양이 자기 가방을 달라고 하더군요. 감히 거절할 수 없었어요. 도련님을 께우면 화를

내실까 봐 겁이 나서요. 도련님이 곧 벨을 울릴 거라고 줄곧 생각했으므로, 아가씨에게 설교하고 한 시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어요. 아가씨는 원치 않았고, 도련님께 이 편지를 남겨 놓고 9시에 떠났어요."

그 순간 나는 숨이 막혀 가슴을 움켜쥐었다.

384p-8

프루스트 사후 일 년 후에 출판된 작품 <갇힌 여인>은 <사라진 알베르틴>과 함께 '알베르틴 소설.이라고 불린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내고 이해할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타자에 대한 성찰을 표현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마지막 이야기가 기대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