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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권 #갇힌여인

그러다 나중에 알베르틴이 나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알고도 내가 모든 이들에게 그녀를 감추려 했다고 생각하고,

그 삶의 시기에 내가 결코 외출을 하려 하지 않은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고 단언했다. 틀린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왜냐하면 현실이란, 아무리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은 흔히 타인의 삶에 관해 뭔가 정확한 세부사항을 알면, 그로부터 정확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고, 또 새로이 발견한 이 사실에서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에 대한 설명을 찾기 때문이다.

14p-7

"어떻게 짐작하지 못했을까?"라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발베크에 도착한 첫날부터 짐작했던 게 아닐까?

나는 알베르틴에게서 몸이라는 관능적인 덮게 아래 더 많이 감추어진 존재들이 꿈틀거리는, 아직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카드게임세트나 문 닫힌 대성당, 또는 입장하기 전의 극장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되는

거대한 군중 속에서 꿈틀거리는 소녀들 중의 하나임을 이미 짐작했던 게 아닐까? 그렇게 많은 존재들뿐만 아니라,

욕망이나 관능적인 추억, 다른 수많은 존재에 대한 불안한 탐색도 꿈틀거린다는 것을.

151p-9

알베르틴이 방에서 나가자 움직임과 삶을 끝없이 갈망하는 그녀의 지속적인 현존이 나를 얼마나 피로하게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존재는 나의 잠을 방해하고, 문을 열린 채로 두어 끊임없이 찬바람을 맞으며 살게 했고,

또 날마다 나로 하여금-너무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그녀를 동반하지 않아도 될 구실을 찾고, 동시에

그녀를 동반할 다른 누군가를 찾으면서-셰에라자드보다 더 많은 기지를 발휘하게 했다.

215p-12

그날 내게는 두 개의 소득이 있었다. 하나는 알베르틴의 순종이 가져다준 평온함 덕분에 그녀와의 결별 가능성을

떠올리고, 그래서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서 했던

성찰의 결실로, 내가 다시 얻은 자유를 바치려고 생각한 '예술'의 관념이 희생을 치를 만한 가치가 없으며,

뭔가 우리 삶 밖에 위치하여 삶의 덧없음과 허무에도 관여하지 않고, 작품 속에 구현된 실제적인

개인성의 외관도 능란한 기교의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다.

326p-1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이제 후반부에 이르고 있다.

5편 <갇힌 여인>에서는 일베르틴과 화자의 묘한 긴장관계를 주제로 사랑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수많은 문학에서 이야기 하던 사랑이야기들이 여기에서는 화자의 상념들로 표현되고 다시 지워지기를 반복한다. 그게 사랑이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