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상> 도스또예프스끼
<백치 상> 도스또예프스끼
제1부
날씨가 풀린 11월 말의 어느 날 아침 9시경, 뻬쩨르부르그와 바르샤바 간 왕복 열차가 힘차게 연기를 내뿜으며 뻬쩨르부르그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습한 대기에 안개가 자욱이 끼어 겨우 날이 밝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여서, 철길 양 옆으로 열 발짝 정도만 벗어나도 무엇이 있는지조차 차창을 통해서는 식별하기가 힘들었다. 승객들 중에는 외국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어오는 평범한 사람들이나 상인들이 탄 3등칸이 더 붐볐다. 열차가 이곳까지 도달했을 때는 흔히 그러하듯 모두들 지칠 대로 지쳐 밤 사이에 무거워진 눈꺼풀을 껌벅이며 추위에 몸을 떨고 있었고, 사람들의 얼굴은 안개 속에서 누렇고 창백해 보였다.
11p-1
제2부
제1부의 말미를 장식했던 나스따시야 필리뽀브나의 파티에서 일어난 이상한 사건이 있고 난 이틀쯤 후에 미쉬낀
공작은 서둘러 모스끄바로 떠났다. 예기치 못했던 유산 상속 문제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때 그가
출발을 그렇게 서둘렀던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는 빼째르부르그를 떠난
이래 모스끄바에서 벌어진 공작의 모험과 마찬가지로 별로 전해 줄 정보가 없다. 공작은 정확히 6개월 동안
떨어져 있었으므로, 그의 운명에 흥미를 느낄 만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조차 이 기간 동안에는 그에 관해
지나칠 정도로 아무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279p-1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어쩌면 당신이 찾아오지 않는 게 괘씸해서 그랬는지도 몰라요.
백치에게 그렇게 쓰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지 않았던 거예요. 무얼 그리 엿듯고 있어요?>
그녀는 아무렇게나 말을 하다가 정신이 퍼뜩 들어 소리쳤다.
<그 애한테는 당신 같은 광대가 필요해요. 오랫동안 보질 못하니까 당신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거라고요!
그 애가 당신을 조롱하다니! 너무, 너무 즐겁군요. 당신은 그렇게 취급당해도 마땅해요.
그 애는 그렇게 하고도 남아요! 물론, 그렇게 하고도 남지!>
497p-13
백치라고 불리는 공작과 수많은 남자들이 소유하고 싶어하는 여인 나스따시야
그리고 그녀의 모든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 로고진, 그들이 펼치는 대 서사시
엄청난 이야기를 시간에 쫓기면 뭐가 뭔지 모르고 정신없이 읽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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