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3편 #게르망트쪽 1권
아침에 울리는 새들의 지저귐도 프랑수아즈에게는 싱겁게만 들렸다.
'하녀들의' 말소리가 그녀를 깜짝깜짝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온갖 발소리에 마음이 편치 않은 그녀는
그 까닭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사를 온 것이었다. 물론 전에 살던 집 '칠 층'에서도 하녀들이 부산스럽지
않았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곳 하녀들과는 잘 아는 사이여서 그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소리조차 그녀에게는
정답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집의 고요함마저 고통스러운 주의를 요했다.
15p-1
내 인상은, 사실을 말하자면, 조금은 호의적이었지만 예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단지 이 인상을 더 이상 연극의 천재라는 조금은 추상적이고 그릇된 선입관에 대조해서 검토하지 않았으며, 또 연극의 천재란 바로 이런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처음 라 베르마를 들었을 때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면, 예전에 질베르트를 샹젤리제에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내가 지나치게 큰 욕망을 품고 다가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환멸 사이에는 이런 유사성뿐 아니라 어쩌면 보다 심오한 유사성이 있었을지 모른다. 한 인가이나 작품이(또는 연기가)
우리에게 야기하는 인상은 아주 특징적이며 특별하다.
81p-13
우리가 단 한 번밖에 보지 못한 방이라 할지라도 추억을 깨어나게 하며, 또 그 추억에는 그보다 더 오래된 추억이 걸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 우리가 의식하는 몇몇 추억이 우리 마음속에서 잠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깨어남에 따르는 부활은-우리가 잠이라고 부르는 정신 이상의 그 자비로운 발작 후에 - 요컨대 우리가 잊었던 이름이나 시구와 후렴구를 다시 떠올릴 때 일어나는 현상과도 흡사하리라. 그리고 사후 영혼의 부활 또한 어쩌면
기억의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으리라.
140p-7
내가 그토록 잘 안다고 착각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냐하면 지금껏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할 때면, 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할머니 얼굴의 열린 악보를 통해 그 말을 쫓아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그날에야 비로소 처음 들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전부인 채로, 다른 얼굴 모습은 동반하지 않은 채 이처럼 홀로 다가오는 순간, 목소리의 비율도 변한 듯 보였으므로, 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이토록 부드러운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216p-21
갑자기 생루가 그의 애인을 동반하고 나타났다. 그러자 그 에게서 사랑 그 자체이며 삶의 온갖 달콤한 가능성인 여인이, 그 인격이 신비스럽게도 '성막'에 갇힌 듯 육체 속에 갇혀 여전히 내 친구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작업하게 하는 대상이자 결코 알 수 없다고 느끼는 여인이, 그 시선과 육체의 베일 뒤에서 그녀의 실체가 무엇인지 줄곧 묻게 하던 여인이, '라셸, 주님께서' 임을 나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253p-23
그런데 정치적 진실이 비록 어떤 문서로 기록되는 경우에도, 이 문서에 엑스레이 사진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사람은 환자의 병이 엑스레이 사진에 전부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사진은 단지 판독에 필요한 하나의 요소만을 제공할 뿐 다른 많은 요소들이 더해져서 의사가 그 모든 걸 가지고 추론하며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진실이란, 진실을 아는 사람에게 접근하여 그 진실을 포착한다는 믿는 순간에도 빠져나가는 법이다.
399p-5
우리가 아는 모든 위대한 것은 전부 신경증 환자로부터 나왔답니다. 종교를 세우고 걸작을 만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지 다른 사람들이 아닙니다. 세상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무엇인지, 또 그들이 그걸 세상에 주기 위해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세상은 전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훌륭한 음악과 아름다운 그림, 수많은 진기한 것들을 즐기지만, 그걸 창조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불면증과 눈물과 경련적인 웃음과 두드러기, 천식, 간질, 또 이 모든 것보다 더 끔찍한 죽음의 공포를 겪었는지는 결코 알지 못합니다.
508p-1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가는 여행 게르망트 쪽은 하녀 프랑수아즈의 이야기로 부터 시작해서
게르망트 가와 귀족들의 살롱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 화자의 친구 생루와 그의 애인,
드레퓌스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마지막에는 경련을 일으키며 마비가 오는 할머니에 대한 인상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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