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하. 도스또예프스끼

<죄와 벌>하. 도스또예프스끼
알고 있어, 나중에 이야기해 주지······. 당신, 당신 한 사람에게만!
나는 당신을 선택한 거야. 나는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러 오지는 않을 거야. 이야기해 주려는 것뿐이지.
나는 오래전에 당신을 선택했어.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에 대해 말한 순간부터, 아직 리자베따가 살아 있을 때부터
나는 이미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잘 있어요. 악수를 청하지 말고, 내일 봅시다!
483p-22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양끝을 가리키고 있다. 서로 다른 양끝을."
라스꼴리니꼬프는 이렇게 반복해서 말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원기 왕성하게 방을 나섰다.
"이제부터 또다시 싸워 보자." 그는 계단을 내려 오면서 독기어린 비웃음을 머금고는 이렇게 말했다.
증오심은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소심함"을 상기하고는 경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526p-7
두냐와 뿔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를 상대로 운명을 좌우하는 담판을 짓고 난 다음날 아침,
뾰뜨르 뻬뜨로비치는 마치 술에서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불쾌했던 것은 그가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는 사건으로 여겼고, 이미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생각했던 그 일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로 서서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529p-1
만일 이 모든 일이 당신의 결심 하나에 달려 있다면 말입니다.
즉 어떤 사람들이 세상에서 살아야 할지, 루쥔이 살아서 그런 파렴치한 짓을 계속하게 할지,
까쩨리나 이바노브나가 죽어야 할지와 같은 문제들이 갑자기 당신의 결단 하나에 달려 있다면 말입니다.
그럼, 어떤 결론을 내리겠습니까? 그들 중 누가 죽어야 할까요? 난 그걸 묻고 싶어요.
599p-11
나는 다른 것을 알고 싶었어, 그것이 나를 충동질했어. 나는 그때 알고 싶었던 거야.
어서 알고 싶었어.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이>인가, 아니면 인간인가를 말이야.
내가 선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아니면 넘지 못하는가! 나는 벌벌 떠는 피조물인가, 아니면 권리를 지니고 있는가······.
615p-28
당신이 지금 어떤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도덕적인 문제이지요? 시민과 인간으로서의 문제이지요? 그런 것들일랑 옆으로 치워버리세요.
지금 그런 게 무슨 소용입니까? 흐흐! 여전히 시민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렇게 주제넘게
나설 필요도 없었지요. 공연스레 남의 일에 손댈 필요도 없었던 겁니다.
권총 자살을 하세요, 그러기는 싫으십니까?
715p-24
라스꼴리니꼬프는 손으로 물을 물리치고, 조용하게 끊어 가면서,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바로 제가 그때 고리대금업자 노파와 그의 여동생 리자베따를 도끼로 살해하고 돈을 훔친 사람입니다."
일리야 뻬뜨로비치는 입을 딱 벌렸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자백을 되풀이 했다.
783p-15
그러나 이제 새로운 이야기, 한 사람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는 이야기,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는 이야기,
이제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에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완결되었다.
810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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