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더글러스스튜어트 (Douglas Stuart)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영국 #왕립예술학교 를 졸업한 뒤 뉴욕시로 이주해 #패션디자이너 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셔기 베인>은 스튜어트의 첫 소설이다. 2020년 #부커상수상작
1992 #사우스사이드
셔기와 남자는 깨끗한 싱글베드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공동주택이 늘어선 거리를 조용히 내다보았다. 개신교 가족들이 텔레비전을 보며 저녁을 먹고 있었고, 길 건너편에 사는 청소부 여자는 접이식 테이블에 홀로 앉아 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맥주를 홀짝이며 타인의 일상을 구경했다. 달링 씨는 두툼한 트위드 코트를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매트리스를 누르는 그의 무게 탓에 셔기의 몸이 남자의 두꺼운 옆구리 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졌다. 남자는 담뱃진에 누렇게 물든 굵은 손가락들을 연신 초조히 맞댓고, 그런 남자의 손을 셔기는 곁눈으로 보고 있었다. 옆에 앉은 남자가 무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셔기는 무례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 모금 마신 맥주의 맛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씁쓸하고 슬픈 맛은 차라리 잊고 싶은 기억들을 불러일으켰다.
22p-15
1981 #사이트힐
셕은 주택 몇 채를 지나 택시를 세운 다음에, 집을 제대로 보려고 핸들 위로 수그리고 목을 길게 뺐다. 길에는 차가 거의 없었고, 그나마 보이는 차들도 고장 난 것 같았다. 셕이 정신이 팔린 사이에 애그니스는 검은 핸드백을 뒤졌다. "너희 셋은 입 다물고 있어." 애그니스가 나지막이 윽박질렀다. 애그니스는 동굴처럼 시커먼 핸드백 속에 얼굴을 처박고 가방을 기울였다. 핸드백에 숨겨 가져온 라거를 꿀꺽꿀꺽 들이켜는 애그니스의 목 근육이 꿈틀댔다. 아이들은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애그니스가 핸드백에서 고개를 들었다. 윗입술에 바른 립스틱이 맥주에 씻겨 지워졌다. 쓸데없이 바른 마스카라 아래로 애그니스는 아주 천천히 눈을 한 번 깜박였다. "쓰레기장이 따로 없네." 애그니스가 웅얼거였다. "여기 오려고 내가 빼입은 거야?"
135p-22
1982 #핏헤드
"Ego sum in flammis, tamen non adolebit." 조지가 말했다. "나는 불속에 있으나 불타지 아니하니. 성녀 애그니스의 애가입니다." "아." 애그니스는 앉아도 되는지 몰라 얼거주춤했다. "이보다 진실한 말이 있을까요?" 화두를 잡은 조지가 청중을 대상으로 말했다. "나는 불길에 휩싸여 있으나 불타지 아니하니. 우리모두 이말을 희망으로 삼읍시다. 오늘 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불길에 고통받은 적이 있습니다." 조지는 목을 가다듬고 놀이동산의 장사꾼처럼 양팔을 펼쳤다. "우리는 모두 또 한 잔의 술에 애태우지 않았습니까? 열이 오르고 땀이 나고 공황에 빠지며, 목구멍과 심장에 불이 붙지 않았습니까?" 청중이 동의하는 소리를 웅얼댔다. "그렇다면 당신에게도 그 갈증이 있습니다." 조지는 술을 만족스럽게 한 모금 마셨을 때처럼 아아아, 탄성을 내질렀다.
320p-7
1989 #이스트엔드
셔기는 순종적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수건을 받았다.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들고 있는 건 뭐야?" 릭은 품속의 흰 쇼핑백을 내려다보며 매듭을 풀었다. 릭의 어깨가 귀를 향해 치솟았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릭의 분노가 적정으로 바뀌었다. 거의 공포처럼 질린 표정이었다. 릭은 선으로 친친 감긴 감색 플라스틱 물체를 천천히 꺼냈다. "좋은 징조가 아니야." 어머니의 전화기였다. 연락 수단을 완전히 끊었다. 그녀가 스스로를 해칠 것이며 이번에는 아무에게도, 릭의 훈련소 감독이나 셕이나 셔기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커스터드 캔은 배은망덕한 아들들을 엿 먹이려고 보낸 것이 아니었다. 작별을 고하느 순간에, 아이를 배불리 먹이고 싶은 어미의 마음이었다.
558p-4
1992 사우스사이드
리엔은 어머니의 더러운 옷이 담긴 비닐봉지를 휘둘러 클라이드강 멀리 던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다른 팔로 셔기와 팔짱을 끼고, 걱정을 털어내려는 것처럼 그를 흔들었다. 셔기는 리엔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 두 사람 모두 강에서 돌아설 때까지 예인선처럼 밀었다. 셔기는 들고 있던 쓰레기를 공공 쓰레기통에 버렸다. "네가 캘럼 형 이야기를 했을 때 생각났는데, 우리가 언제 한번 춤추러 가면 좋겠다." 빨랫감이 든 비닐봉지를 빙빙 돌리던 리앤이 폭소를 터뜨렸다. 너무나도 우렁차고 생기발랄한 웃음소리에 불법복제 비디오를 팔던 홈리스들이 화들짝 놀랐다. "하! 니가? 삐까번쩍 광낸 학교 신발 신고 꺼져라!" 리앤이 낄낄거렸다. "셔기 베인이 춤을 춘다고?" 셔기는 혀를 끌끌 찼다. 셔기는 리엔의 팔을 놓고 몇 발자국 앞으로 달려갔다.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빛나는 구두 뒤축으로 딱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590p-5
열 다섯 소년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의 누나와 형 그리고 술에 취해있는 엄마, 폭력적인 아빠
회색빛 탄광촌의 우울함 속에 자신의 성정체성까지 고민하는 지독한 삶이 작가의 문장에서 빛을 발한다.
문학은 이렇게 우울한 삶에 한줄기 빛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슬프고 반짝이는 책 <셔기 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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