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슈튜트가르트 출신의 젊은 여인이 초대 전시회에서 어느 평론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는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고, 그녀를 북돋아 줄 생각이었다.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평론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은 여인은 그의 논평을 곧 잊어버렸다. 그러나 이틀 후 그 평론가의 비평이 신문에 실렸다. < 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작품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
11p-1
<승부>
그, 장, 동네의 체스 고수는 대단한 도덕적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체스판을 팔에 끼고 말이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손에 들고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걷고 있는 지금, 그는 자신이 오늘 실제로는 패배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것은 복수할 기회도 없고 장차 찬란한 승리를 통해 보상할 수도 없기 때문에 끔찍하고도 결정적인 패배였다. 그래서 그는 - 평상시에 그는 위대한 결심을 하는 남자도 결코 아니었다 - 이것을 마지막으로 체스를 영영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45p-1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
미지의 독자여, 이제 나는 할말을 다했다.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내가 어떻게 그대를 위로하겠는가? 철학자와 예언가들처럼 그대 영혼의 불멸성, 자비로운 신의 은총, 육신의 부활에 대해 허튼 소리를 늘어놓아야겠는가? 조개가 관대한 신이라고 선언을 하겠는가? 야훼와 알라 숭배를 좇아 조개 숭배를 선포하고 인류의 구원을 약속하겠는가? 왜?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인간은 희망 없이는 살 수 없다고들 말한다. 나 역시도 이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 최후의 밤에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련다. 드디어 죽음의 끝에 이르게 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불쌍한 친구여, 그대는 아직 그 한가운데 있다네.
78p-5
<문학적 건망증>
나는 생각한다. 있는 힘을 다해 레테의 물살을 버티어 내야 한다. 허둥지둥 글 속에 빠져 들지말고, 분명하고 비판적인 의식으로 그 위에 군림해서 발췌하고 메모하고 기억력 훈련을 쌓아야 한다 - 한마디로 말해 너는 - 여기에서 순간 저자와 표제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 마지막 행은 불변의 도덕적인 명령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이 기억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 유명한 시를 인용한다 "너는······." 그 시는 말한다. "너는······해야······, 너는······해야······."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씌어 있었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의미는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다. 어쨌든 이런 내용이었다.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93p-14
#파트리크쥐스킨트 의 책들 #콘트라바스 , #좀머씨이야기 를 읽으면서 #아름다운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단편들 #깊이에의강요 , #승부 , #장인뮈사르의유언 , #문학적건망증 을 후루룩 읽으면서
작가가 짧은 문장을 통해 일상적인 소재를 아름답게 만드는 글의 집중을 느낀다. #단편소설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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