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다잉> 앤 보이어
<언다잉> 앤 보이어
#앤보이어 (Anne Boyer) 1973년 미국 캔자스주 토피카에서 태어난 #시인 이자 #에세이스트 로
첫 시집 <행복한 노동자들의 로맨스> (2008), <어긋난 운명 안내서>(2018)
그리고 마흔하나에 진단받은 #유방암 투병 경험을 녹여낸 책 <언다잉>(2019)으로 2020논픽션 부문 #퓰리처상 수상
#막을올리며
1972년 수전 손택은 '죽어 가는 여자들에 관하여'나 '여자의 죽음' 혹은 '여자는 어떻게 죽는가'등의 제목을 염두에 둔 작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소재'라는 표제를 달아 놓은 일기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 마리 퀴리의 죽음, 앨리스 제임스의 죽음 등 열한 사람의 죽음을 목록으로 정리해 두었다. 앨리스 제임스는 1892년 마흔둘에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일기에 자신의 유방종양을 "내 가슴 속에 있는 이 불경한 화강암 덩어리"라고 묘사한다. 1974년 마흔하나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손택은 암 치료 후에 저술한 <은유로서의 질병>에 앨리스의 그 일기 내용을 인용한다.
10p-1
#인큐번트
암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암은 산업 자본주의의 근대성이 직면하기를 두려워했던 외계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우주 공간 한가운데에 있고 감각 기능은 절반만 갖춘, 머리부터 발끝까지 끔찍한 존재. 암 치료는 반수면 상태에서 꾸는, 그리하여 반수면이 꿈에 관한 책의 한 장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꿈과 같고, 깨기와 자기를, 온갖 기쁨과 모든 고통을, 참을 수 없는 무의미한 헛소리와 그로부터 쏟아져 나온 모든 의미를 담는 기록이자 그릇으로서의 꿈과 같다. 그런 꿈을 이루는 모든 순간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실로 엄청나지만 꿈에 대한 모든 기억은 상실되고 만다.
39p-3
#파빌리온의탄생
더욱이 치료를 받은 후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자꾸만 곳곳에서 부품이 떨어져 나가는 자동차 같은 상태가 되었을 때, 미국 장애인 법에서 "일상 생활의 기본 활동"이라고 칭하는 것마저 해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때, 나는 그 수백만 달러가 도대체 내 몸에 무얼 해 주고 간 것이며 나는 어째서 여전히 이렇게 망가진 상태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암을 앓은 후로 내가 들이쉰 모든 들숨의 비용을 계산해 보면 날숨으로 스톡 옵션 정도는 뱉어 내야 할 터였다. 내 삶은 하나의 사치품이 되었지만 나 자신은 부식되었고, 훼손되었으며, 확신을 잃은 상태였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107p-14
병상
브레히트가 적었듯 작가는 모름지기 진실을 알 수 있을 만큼 용감해야 하고, 진실을 인정할 있을 만큼 명민해야 하고, 진실을 무기화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해야 하고, 진실을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만큼 판단력이 있어야 하며, 진실이 제 길을 찾아가도록 도울 수 있을 만큼 노련해야 한다. 그리고 진실에 관한 글쓰기는 누군가를 위한, 곧 우리 모두인 그 누군가를 위한, 우리를 지구에 붙들어 놓는 사람의 결속과 우리를 지구에서 몰아내는 고통의 줄다리기하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154p-19
#선택은옳았는가
#농간
줄리에타 마시나의 눈물 사원에서
나는 어떤 철학도 없이 고통에 관해 쓰고 싶었다. 고통에 관한 교육과 그 교육의 정치적 쓸모를 자세히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문학에서 고통은 대체로 문학을 배제한다. 그리고 현 정치에서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그저 고통의 종결을 애원하도록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231p-11
허비한 삶
죽음의 중계
#막을내리며 / 그리고 나를 구해 준 것
나는 생존했지만, 암이 통치하는 이데올로기적인 체제하에서 나 자신을 생존자라고 칭하는 것은 여전히 죽은 자들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솔직하게 인정하자면 내가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에 황홀한 기쁨을 느끼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이 책에 모든 걸 써낼 수 없었다는 게 유감스럽다.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여러 개의 커다란 덩어리 형태로 지금도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문제가 찾아왔어, 라고 수평선이 수직선을 향해말했다. 그러자 이지러지는 일에만 과몰입해 있던 달이 마침내 차올랐다.
305p-17
언다잉 (The Undying) 불멸도 생존도 아닌, '죽지 않는' 상태 혹은 '죽지 않는' 존재들을 떠올리는 제목
그리고 부제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그리고 돌봄
저자가 이야기하는 "고통의 교육"이라는 말이 가슴깊이 울리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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