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립자> 미셸 우엘벡
<소립자> 미셸 우엘벡
#미셸우엘벡 (Michel Houellebecq 1958~ )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1958년 프랑스 라 레위니옹에서 태어났다. 1994년 첫 번째 소설 <투쟁 영역의 확장>을 발표 문명(文名)을 떨치고
1998년 두번째 소설 <소립자>를 발표 프랑스에서 격심한 사상적 논쟁을 일으킨다.
#프롤로그
이 책은 다른 무엇이기에 앞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삶의 대부분을 20세기 후반기에 서유럽에 살았다. 대개는 혼자였지만, 이따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가 태어난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서 중·후진국 경제권으로 천천히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가난의 위협에 시달리기 일쑤였을 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괴로움 속에서 평생을 보냈다. 사랑이라든가 정이라든가 인류애 같은 감정들은 상당한 정도로 사라진 뒤였다. 그의 동시대 사람들은 대개 서로 무관심하거나 냉정했다.
9p-1
제1부 #잃어버린왕국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아들이 불쑥 찾아왔다. 예순 살이 넘은 어머니에게 제 새끼를 맡기러 온 것이었다. 할머니는 기꺼이 손자를 맡았다. 아이는 부족함을 전혀 모르고 자랐다. 옷은 언제나 깔끔했고 일요일 점심때는 늘 특별한 요리를 먹었으며 애정도 듬뿍 받았다. 할머니는 평생 그렇게 자식과 손자를 위해 살았다. 만일 누구든 인류의 행동에 관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자 한다면, 미셸의 할머니 같은 사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리라.
99p-20
제2부 #기이한계기들
그 까닭이 무엇이겠어? 근대 과학이 야기한 형이상학적 돌연변이가 개인주의와 허영과 증오와 욕망을 낳기 때문이야. 욕망은 그 자체로 고통과 증오와 불행의 원천이야. 불교나 기독교의 성현들뿐만 아니라 철학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 모두가 그것을 깨닫고 사람들에게 가르쳤어. 플라톤에서 푸리에를 거쳐 헉슬리에 이르는 유토피아주의자들의 해결책은 욕망의 직접적인 만족을 도모함으로써 욕망과 그에 따른 고통을 소멸시키자는 거야. 반면에 섹스와 광고가 판치는 우리 사회는 욕망의 충족을 개인적인 영역에 묶어 두면서 욕망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전시키는 데에 몰두하고 있어. 사회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쟁이 지속되어야 하고, 경쟁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욕망이 증가하고 확대되어야 하는 거지. 그 욕망이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어.
174p-13
제3부 #감정의무한
인간은 자기들이 두려워하는 그 공간 속에서 사는 법과 죽는 법을 배운다. 그들의 정신이 지어내는 공간 속에서 분리와 거리와 고통이 생겨난다. 하지만 더 설명할 필요 없이 분명한 사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바다 건너 산 너머에서 자기 연인이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어머니는 바다 건너 산 너머에서 자기 아이가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사랑은 존재들을 결합시킨다. 영원히 하나가 되게 한다. 선행은 존재와 존재를 묶어주고 악행은 존재와 존재를 이간시킨다. 분리란 악의 또다른 이름이다. 분리란 거짓의 또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름답고 거대하고 상호적인 얽힘뿐이기 때문이다.
324p-26
#에필로그
인류가 우리를 만들었으나, 우리는 이제 그들과 우리를 묶어 주고 있던 부모 자식의 연을 끊은 책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행복하다. 우리는 그들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던 이기주의와 잔혹성과 분노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어쨌거나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과학과 예술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 개인적 허영심에 자극받는 일이 없으며, 그 추구를 예전만큼 중대하고 긴급한 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옛 인류의 눈에는 우리 세계가 천국으로 보일 것이다. 하기는 우리도 이따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자신을 <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옛 인류에게 그토록 많은 꿈을 꾸게 만들었던 그 이름으로 말이다.
339p-2
아버지가 다른 두 형제 미셸과 부뤼노의 삶을 통해 성적 자유를 부르짖던 어머니 시대를 비판하고
그들의 경박함에 대비한 오래된 가치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에필로그를 통해 이야기한다. 결국 인간은 불완전한 양성생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종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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