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정치> 한병철
<심리 정치> 한병철
#자유의위기
자유는 결국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다. 에피소드란 막간극을 의미한다.
자유의 감정은 일정한 삶의 형태에서 다른 삶의 형태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나타나 이 새로운 삶의 형태 자체가
강제의 형식임이 밝혀지기 전까지만 지속될 뿐이다. 그리하여 해방 뒤에 새로운 예속이 온다.
그것이 주체의 운명이다. 주체, 서브젝트는 문자 그대로 예속되어 있는 것이다.
9p-2
#스마트권력
자유분방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자극하고 유혹하는 스마트 권력은 명령하고 위협하고 규제하는 권력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좋아요 버튼은 스마트 권력의 인장이다. 사람들은 소비하고 소통하면서, 즉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서, 스스로를 지배 관계 속에 빠뜨린다. 신자유주의는 좋아요-자본주의다.
그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는 강제와 금지를 통해 작동하던 19세기 자본주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30p-9
#두더지와뱀
새로운 생산 형식은 경계를 허물고 개방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하지만 두더지는 개방을 견디지 못한다.
이제 두더지의 자리를 뱀이 대신한다. 뱀은 규율사회의 뒤를 이은 신자유주의적 통제사회의 동물이다.
두더지와 달리기 뱀은 담힌 공간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뱀은 오히려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열어간다.
두더지는 노동자다. 반면 뱀은 경영자다. 뱀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동물이다.
32p-11
#푸코의딜레마
신자유주의 체제의 권력 기술은 섬세한 형식을 취한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개인을 예속시키지 않는다.
개인이 자발적인 자기 제어를 통해 지배 관계를 자신의 내면에 전사하도록 유도한다. 개개인은 이렇게 내면에
전사된 지배 관계를 자유로 해석하게 된다. 여기서 자아의 최적화와 복종, 자유와 착취는 하나가 된다.
자기 착취라는 형식으로 자유와 착취를 결합시키는 이러한 권력 기술은 푸코의 시야 너머에 있다.
45p-8
#힐링 혹은 킬링, 쇼크, 친절한 #빅브라더 ,
# 감성자본주의
게다가 소비자본주의는 구매를 충동하는 자극을 늘리고 더 많은 욕구를 생성하기 위해 기분을 동원한다.
감성 디자인은 기분을 모델링한다. 즉 소비의 극대화를 위해 표본적 기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결국 사물이 아니라 기분을 소비한다. 사물은 무한히 소비할 수 없지만 기분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기분은 사용가치의 피안에서 전개되어 간다. 이로써 새로운 소비의 장이 무한히 펼쳐진다.
68p-13
#게임화
감성 자본주의는 생산성의 증진을 위해 본래는 노동의 타자라고 할 수 있는 놀이의 영역마저 점령한다.
감성 자본주의는 삶의 세계와 노동의 세계를 게임화한다. 게임은 노동을 감성화하고 극화하며,
이로서 더 많은 모티베이션을 생성한다. 게임이 제공하는 신속한 성공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신속한 보상
시스템은 더 많은 성과와 찾취를 가능하게 한다. 기분이 들떠 있는 게임 플레이어는
합리적으로 기능하는 노동자보다 훨씬 열성적으로 작업에 임한다.
71p-1
#빅데이터
데이터 마이닝은 기본적으로 통계학과 다르지 않다. 데이터 마이닝이 드러내는 상관관계는 통계적 개연성의
표현이다. 그것은 통계적 평균치를 계산해낸다. 따라서 빅데이터는 유일무이한 것에 접근하지 못한다.
빅테이터는 사건을 보지 못한다. 역사를, 인류의 미래를 규정하는 것은 통계적 개연성이 아니라 개연적이지 않은 것, 유일한 것, 사건이다. 따라서 빅데이터는 미래도 보지 못한다.
106p-16
주체를 넘어서
#백치
지혜로운 바보는 완전히 다른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는 수평적 차원을 넘어, 단순히 정보화되고
네트워크화되어 있는 상태를 넘어, 더 고차원적 영역으로 상승한다. "애초에 자폐증 환자를 의미하는 말이었던
'지혜로운 바보'는 그 개념적 의미를 덜어내고 어쩌면 그저 끼리끼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는 모험가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바보짓은 순결한 공간, 사유가 완전히 새로운 언어에 이르기 위해 필요로
하는 저 먼 곳을 열어준다. 지혜로운 바보는 등주 고행승 처럼 먼 곳을 보고 산다. 수직적 긴장이 그를 더
고차원적인 합일에 이를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하여 그는 사건들, 미래에서 온 신호를 예민하게 수신한다.
115p-10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저자는 몇개의 키워드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분석한다.
짧은 문장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이 매력적인 철학자 한병철의 언어는
마치 깨달음을 얻은 고행승의 가르침 처럼 들린다.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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