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시간 2> 마르셀 프루스트
<되찾은 시간 2> 마르셀 프루스트
내가 칩거하던 새 요양원도 첫 번째 요양원처럼 내 병을 치유하지 못했다. 그곳을 떠나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기차를 타고 마침내 파리로 돌아가는 여전 동안 예전에 게르망트 쪽을 산책하면서 발견했다고 믿었고, 탕송빌에서
늦은 시각의 저녁 식사를 위해 귀가하기 전 질베르트와 함께 일상적으로 하던 산책에서 보다 서글프게 인식했으며, 또 탕송빌의 영지를 떠나기 전날 밤 콩쿠르의 일기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문학의 공허함과 거짓에 거의 동일시했던 상념이, 나의 개인적인 병약함 때문이 아니라 내가 오랫동안 믿어 온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 데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아마 그 상념은 덜 고통스러웠을 테지만 내 마음을 더 울적하게 했을 것이다.
9p-1
우리가 표현하는 현실이 주제의 겉모양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 겉모양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어떤 깊이에 달렸음을 나는 지금에야 이해한다. 인도주의와 애국주의, 국제주의와 형이상학적인 담론보다 내 정신의 쇄신을 위해서는
접시에 부딪친 스푼소리와 뻣뻣한 냅킨이 상징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 더 이상 문체나 문학은 필요 없으며, 우리에게는 삶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나는 당시 자주 들었다.
52p-7
마치 나무에 난 첫 번째 노란 잎이 긴 여름이 되리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여름을 만끽하기도 전에 벌써
가을임을 알리는 것처럼, 뭔가 이 연회의 인간적 풍경에 우울함을 띠게 했다. 그러자 어린 시절부터 나 자신과
타인으로 부터 결정적인 인상을 받으면서도 하루하루 살아온 나는 이 모든 사람들 안에서 일어난
변신에 의해 처음으로 그들의 삶에서 흘러간 모든 시간을 인식하게 되었고,
또 그 시간이 내게서도 똑같이 흘러갔음을 드러내면서 나를 무척 혼란스럽게 했다.
125p-18
마치 대학 입학 자격시험 지원자가 불확실성 속에 계속 시험관의 얼굴을 응시하면서, 차라리 기억 쪽에서 찾는 편이 나을 대답을 헛된 기대속에 찾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 살찐 여인의 이목구비에 내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다 그것이 스완 부인의 이목구비로 보였고, 그래서 내 미소에는 존경의 빛이 어렸으며, 그동안 나의 불확실성도 멈추기 시작했다. 그때 난 그 살찐 여인이 내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고, 조금 후에는 "당신은 날 어머니로 착각하나 봐요. 사실 난 어머니와 많이 닮아 가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난 질베르트를 알아보았다.
216p-11
그러므로 만일 내게 작품을 완성할 만큼 충분히 오랜 시간과 힘이 있다면, 비록 그 일이 인간을 괴물과 같은 존재로 만들지라도 인간을 묘사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터였다. 거기서 인간은 공간 속에 마련된 한정된 자리에 비해 반대로 지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세월 속에 침잠한 거인들처럼 그토록 멀리 떨어진 여러 다양한 시기를 살아 그 시기 사이로 많은 날들이 자리하러 오면서 삶의 여러 시기와 동시에 접촉하는 그런 무한으로 뻗어가는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 '시간' 속에서. 끝
330p-19
번역본 기준으로 7편 13권의 엄청난 이야기가 "끝"이라는 단어로 마무리 되었다.
자신의 삶의 단 하나의 대작으로 남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기 위해 쏟았을 수많은 시간이 느껴진다.
2023년의 전반기를 함께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추억은 나에게 '지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세일기> 김용옥 (0) | 2023.08.04 |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 모임 (0) | 2023.07.31 |
<되찾은 시간 1> 마르셀 프루스트 (0) | 2023.07.29 |
<스토너> 존 윌리엄스 (0) | 2023.07.20 |
<희망의 이유> 제인 구달 (0) | 2023.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