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 시간> 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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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 시간> 박성민
1,2,3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소규모 출판물을 다루는 작은 책방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는 않다. 도서의 유통과 공급률은 아직도 쉽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또한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 작은 책방들도 편중된 지역의 주변으로 모이고 또 모인다.
동네 책방이란 의미는 내게 멀다. 책방의 하루를 적는 일기가 생존을 위한 기록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12p-16
책을 사고파는 것을 떠나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은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안부를 묻는 것 같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아픈곳은 없는지, 다시 볼 수 있는지.
대림아파트 그분은 차도 한잔 얻어 마셨으니 다음에 들러 책을 사겠다고 말하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31p-16
인쇄물의 결과로 따지지 않더라도 개인의 자유로운 이야기와 활동이 상업적 가치라는 잣대에 막혀 출판물이 되지
못하는 것도 어찌보면 같다. 그러니 그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헌책방과 독립 출판 서점은 그
맥락을 같이한다. 나는 헌책과 새책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잊혀지거나 잊혀질 생각과 기록의 가치를 다루는 것이다. 이 점이 중고책과 독립 출판물이 공존하는 '프루스트의 서재'의 존재 이유다.
62p-12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 빛나는 눈동자에 훅,
안에서 그렇게 빛이 나는 사람이 눈을 감지 않으면.
97p-3
썬이 수박을 잘라왔다. 썬이 있어 여름이 외롭지 않다. 내가 내려준 걸쭉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쭈욱 들이켜고 불면의 낮을 보내러 갔다. 4일부터 온라인 주문 한 건 제외하고 판매가 없다. 오늘도 팔리지 않으면 5일 째가 된다.
다행히 꼬마 손님이 판매 부진의 늪에서 나를 구했다. 4,000원이 오늘 매상의 전부지만 슬프지 않다.
149p-3
"어린 시절은 망상이에요. 자신이 어린시절을 가졌다는 믿음은 망상이에요.
우리는 이미 성인인 채로 언제나 바로 조금 전에 태어나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니까요.
그러므로 모든 기억은 망상이에요. 모든 미래도 망상이 될거예요. 어린아이들은 모두 우리의 망상 속에서
누런 개처럼 돌아다니는 유령입니다."
-배수아, <1979> 중에서
198p-10
모든 철학은 전부 헛소리에 불과하다, 라는 그의 오만함이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말에 반박할 수 없는 타고난 명제를 제시했다. <논리철학논고>를 읽었지만 내가 이해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해할 수 없어서 좋았다. 마지막에 이르러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이 문장이
한참을 혀에 돌다가 가슴으로 삼켜져 박혔다. 세상의 모든 떠도는 언어들에게서 눈을 감고 싶다. 침묵하고 싶다.
240p-7
프루스트 관련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받으면서 내용을 모른 상태로 빌린책,
작은 책방 주인의 이야기가 조용하게 울리는 작은 책이다.
되찾은 시간, 기회가 되면 작은 책방 주인을 만나 아메리카노 마시며 책이야기 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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