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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싸 이십오 년 전, 아니 이십육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7p-1

"쓰인 모든 글들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너의 피가 곧 정신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리라. 타인의 피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책 읽는 게으름뱅이들을 증오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말이다.

44p-3

내 고향 앞길은 벚꽃이 좋았다. 일제시대에 심은 그 벚나무 터널 아래로 봄이면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나는 부러 그 길을 에돌아 다녔다. 꽃을 오래 보고 있으면 무서웠다.

사나운 개는 작대기로 쫓지만 꽃은 그렇 수가 없다. 꽃은 맹렬하고 적나라하다.

그 벚꽃길, 자꾸 생각난다.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그저 꽃인 것을.

116p-1

무심코 외우던 반야심경의 구절이 이제 와닿는다. 침대 위에서 내내 읊조린다.

"그러므로 공(空)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이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200p-1

변변한 벌이도 없이 습작을 하던 시절, 나는 부모에게 얹혀살았다.

오밤중에야 잠들고 해가 중천에 떠올라야 일어나는 게으른 아들과 달리 아버지는 새벽부터 일어나 집 안팎을 돌보셨다. 항상 어지러운 내 책상이 보기 싫었을 텐데 용케 잘 참으셨다. 하루는 내가

"누가 아침마다 내 책상만 치워줘도 꽤 괜찮은 작가가 될 텐데"라고 투덜거렸다.

그날부터 아버지는 이층 내 방에 올라와 책상을 말끔히 치운 후, 꽁초가 수북이 쌓인 재떨이를 비우고

물로 말끔히 씻어 다시 갖다놓으셨다.

218p-13

길지 않은 소설이 #후루룩 읽혔다. 첫 맛은 알싸하고 중간 중간 똑 쏘는 맛이 느껴지는 국수 같은 소설이다.

다 읽고 나면 다시 맛을 보고 싶어지는 맛있는 국수처럼 후루룩 읽히는 소설가 #김영하 의 <살인자의 기억법>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것은 참 #즐거운일 이라는 것을 느낀다. #추천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