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마르셀 프루스트
![](https://blog.kakaocdn.net/dn/2gji3/btrYUS3xPQh/JV74SJ0hg7O7jtrfXVsvok/img.jpg)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마르셀 프루스트
베르뒤랭의 '작은 동아리', '작은 그룹', '작은 패거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만 준수하면 되었지만
그 조건은 필수적이었다. 즉 어떤 '신조'를 말없이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조항 중 하나를 들어 보면,
그해 베르뒤랭 부인의 후원을 받으며 "바그너를 이렇게 칠 줄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라고 부인이
칭찬하던 젊은 피아니스트가 플랑테와 루빈슈타인을 '능가하며',
코타르 의사가 임상학에서는 포탱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9p-1
대중이란 서서히 동화된 진부한 예술 작품으로부터 길어 올린 것만이 매력과 우아함과 자연의 형태를 보여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독창적인 예술가란 바로 이런 진부함을 벗어 버리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중의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코타르 부부는, 뱅퇴유 소나타가 화가의 초상화에서 이들
예술가들에게는 음악이 화음이 되고, 그림의 아름다움이 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52p-6
왜냐하면 스완은 사랑을 하면서부터 젊었을 때 자신을 예술가로 여기던 그 시절처럼 사물에 다시 매력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매력이 아니었고, 오로지 오데트만이 부여하는 매력이었다.
그는 마음속에서 경박한 삶으로 탕진해 버린 젊은 시절 영감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는데,
그 하나하나에는 모두 어떤 특별한 존재의 반영과 흔적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집에서 홀로 회복기에
접어든 영혼과 단둘이 보내는 데서 미묘한 기쁨을 맛보는 이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조금씩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갔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서였다.
94p-23
이는 스완이 어떤 나이에 이르렀기 때문인데, 이 나이에 이른 자의 철학은 -
당시 철학이나 스완이 오랫동안 살아온 사회, 즉 롬 대공 부인 사단의 지지를 받아 온 철학으로, 인간은 모든것을 의심하는 한에서만 지적이며, 각자의 취향 외에 실제적이고 명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데에 동의하는 -
더 이상 젊은 시절의 것이 아닌, 실증적이고도 거의 의학적인 철학 이었다.
163p-18
그리고 스완의 사랑이라는 이 병은 너무도 확산되어 그의 모든 습관이나 모든 행동,
그의 생각이며 건강이며 수면이며 생명이며 심지어는 그의 죽음 뒤에 그가 소망하는 것에까지도 밀접하게 섞여
그와 하나를 이루었기 때문에, 스완 자신을 거의 전부 파괴하지 않고는 그로부터 제거할 수 없었다.
외과 의사 말대로 그의 사랑은 더 이상 수술할 수 없는 병이었다.
210p-11
아마도 잠을 자는 동안 그의 기억이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정확한 감각을 찾으러 갔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더 이상 불행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도덕적인 수준도 낮아지면서 그에게 다시금 나타나는
저 간헌적인 비열함으로 이렇게 외쳤다. "내 마음에 들지도 않고 내 스타일도 아닌 여자 때문에
내 인생의 여러 해를 망치고 죽을 생각까지 하고 가장 커다란 사랑을 하다니!"
330p-5
그 꿈을 다시 나타나게 하려면 단지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발베크, 베네치아, 피렌체 같은 이름 안에는 그 이름이 가리키는 장소들이 불러일으킨 욕망이 축적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봄에도 발베크라는 이름을 책 속에서 발견하기만 하면, 폭풍우와 노르망디의 고딕 양식에 대한 욕망을
내 마음속에 눈 뜨게 하는 데 충분했고, 폭풍우가 부는 날에도 피렌체 또는 베네치아라는 이름은 내게 태양과 백합, 총독궁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에 대한 욕망을 일깨웠다.
340p-5
내가 알았던 현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스완 씨 부인이 같은 시간에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만
으로도 '거리' 모습이 달라지기에 충분했었다. 우리가 알았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407p-3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4> (0) | 2023.02.18 |
---|---|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0) | 2023.02.14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0) | 2023.02.10 |
<백래시> 수전 팔루디 (1) | 2023.02.05 |
<한국 전통 지리학사> 오상학 (0) | 2023.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