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https://blog.kakaocdn.net/dn/cATBah/btrYRWrEckv/TaUBkOgkQ50PP5kMdZKiQK/img.jpg)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오랜 시간,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왔다.
때로 촛불이 꺼지자마자 눈이 너무 빨리 감겨 '잠이 드는구나.'라고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그러다 삼십여 분이 지나면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에 잠이 깨곤 했다.
그러면 나는 여전히 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한 책을 내려놓으려고 하고 촛불을 끄려고 했다.
나는 잠을 자면서도 방금 읽은 책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약간 특이한 형태로 나타났다.
마치 나 자신이 책에 나오는 성당, 사중주곡, 프랑수와 1세와 카를 5세와 경쟁 관계라도 되는 것 같았다.
15p-1
스완이 누리는 그 화려한 사교 생활을 몰랐던 까닭은, 물론 어는 정도는 그의 신중하고도 조심성 있는 성격 탓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부르주아 계층의 사회에 대한 다소 힌두교적인 사고 방식 때문이기도 했다.
즉 사회란 폐쇄적인 카스트로 구성되어 있어, 각자는 태어나자마자 자기 부모의 계급을 이어받으며,
예이적인 경력이나 뜻하지 않은 결혼이라는 요행이 아니면 그 계급에서 벗어나
상위 계급으로 진입하게 해 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37p-10
이처럼 오랫동안 한밤중에 깨어나 콩브레를 회상할 때면, 마치 벵골의 섬광 신호등이나 조명등이 건물 한 모퉁이를 선택해서 비추면 다른 부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기는 것처럼, 콩브레는 언제나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잘린 빛나는 한 조각 벽면으로만 떠올랐다.
83p-16
소설가가 쓴 책은 꿈과 같은 방식으로, 그러나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보다 더 선명하고 더 오래 기억되는 꿈으로
우리를 뒤흔들 것이다. 소설가는 한 시간 동안 모든 가능한 행복과 불행을 우리 마음속에 폭발시키는데,
실제 삶에서 라면 그중 몇 개를 아는 데도 몇 년이 걸리며, 또 그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것들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지각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을 것도 있다.
155p-5
콩브레 주변에서 산책을 하려면 '길'이 두 개 있었는데, 이 두 '길'은 아주 반대 방향에 있어서 우리가 집을 나갈
때면 결코 같은 문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나는 메제글리즈라비뇌즈였는데, 그 길로 가려면 스완 씨네 소유지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스완네 집 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길은 게르망트 쪽이었다.
237p-9
그러다 비외비크 종탑이 멀어지면서 다시 거리를 두자 마르탱빌의 종탑들만이 석양빛을 받으며 홀로 남았는데,
그 종탑의 경사 위로 석양이 노닐며 미소짓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 종탑에 가까워지는 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종탑에 도착하려면 또 얼마나 걸릴까 하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마치가 모퉁이를 돌더니 우리를 바로
종탑 아래 내려놓았다. 종탑이 얼마나 거칠게 마차를 향해 내던져졌는지, 거의 성당 정문에 부딪칠 뻔했다.
311p-18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0) | 2023.02.14 |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마르셀 프루스트 (0) | 2023.02.12 |
<백래시> 수전 팔루디 (1) | 2023.02.05 |
<한국 전통 지리학사> 오상학 (0) | 2023.02.02 |
<거장과 마르가리따. 하> 미하일 불가꼬프 (0) | 2023.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