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BACKASH)> 수전 팔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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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BACKASH)> 수전 팔루디
"'반격'은 우연하게도 1947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에서 제목으로 쓰인 적이 있다.
자신이 저지른 누명을 아내에게 덮어씌운 남자의 이야기이다. 여성의 권리에 대한 반격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격의 수식어들은 반격이 자행하는 모든 범죄들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린다."
10p-14
페미니즘이 여성들을 '더 미천한 삶'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은 여성들에게 더 넓은 경험의 폭을 선사한다는 페미니즘의 핵심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페미니즘에 분칠을 해서 페미니스트들을 우스꽝스러운 광대로 만들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고 이는 엄청나게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페미니즘은 상당히 간단한 개념이다. 1913년에 리베카 웨스트가 표현했듯 "나는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건,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결심을 표현할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49p-13
1부 #신화와회상
결국 이혼 후 발생하는 남녀 간의 불평등을 교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단하다.
직장 내 임금 불평등을 교정하는 것이다. 연방의 한 자문위원회는 1982년 만일 성별 임금 격차가 없어진다면,
여성 가장 세대의 절반은 가난에서 즉각 벗어나리라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여성들이 보수가 좋은 일자리에
접근하게 되면 많은 이혼 여성들이 생활수준의 추락을 면할 수 있음을 확인한 던컨은 "직장여성의 극적인 증가는
이 취약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보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지적에 따르면 여성들이 보수가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은 "대체로 여성운동의 결과물이다."
82p-9
광고업자들은 전시에 보내던 메시지(여성도 일을 하면서 가족생활을 즐길 수 있다)를 거꾸로 뒤집어 이제는
여성은 선택을 해야만 하고, 그 선택은 가정뿐이라고 주장했다. 전후 잡지 연재 소설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가 훗날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시대에는 여성의 직업이 20세기 그 어느 때보다 볼품없이 그려졌다.
이런 짧은 이야기들은 1905년 이후 "여성의 출세 지향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공격"을 대변했다.
만화에서는 전후의 원더우먼마저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117p-10
페미니즘의 옷을 입고 있는 반페미니즘을 폭로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별 관심 없다고 선언하는 적을 상대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시트콤 대변인들의 비뚤어진 눈에는 낙태 반대 '장병'의 완전한 광기마저 바람직할 수 있다.
대중문화에 냉소를 퍼뜨리는 치들은 하품을 참아 가며 페미니즘은 "대단히 1970년대적"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우린 '포스트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다. 그건 여성이 평등한 정의에 도달했고 그걸 넘어섰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이 관심 있는 척조차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국 미국 여성의 권리에 가장 파괴적인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것은 이런 심드렁함이다.
143p-10
2부 #대중문화에서의반격
<뉴스위크>는 젊은 여성들을 더욱 교화시키기 위해 부정한 노처녀들을 마치
고해성사대 앞의 죄인들처럼 늘어놓았고 이들의 후회를 종교적인 경지에서 기록했다.
"수전 코헨은 자신이 결혼이라는 제단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는 더 젊었을 때는 '제정신이 아니라서' 몇 번의 결혼 제안을 거절했다." 소아과 의사인 캐서린 케이시는 <뉴스위크>의 재판관들에게
"내가 결혼할 거라는 사실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지만 스물두 살에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어요.
학교 다니는 데 더 관심이 많았죠. ······ 이제 내 생체 시계는 자정을 알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181p-6
3부 #반동의기원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모임의 활동가들은 정장을 입고 사무실에 나가 보고를 하고 여성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도 절대 모순을 느끼지 않았다. 이들은 개인적인 자유와 성 정치에 대한 공적인 입장을 분리시킴으로써 공식적으로는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개탄하면서 사적으로는 페미니즘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들이 실제로는 '모든 걸 가질 수'있었던 건 다른 모든 여성들이
자신들과 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저지하는 일에 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397p-18
사회과학자들이 이런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도덕적 추론상의 차이는 성보다는 계급과 교육 수준,
그러니까 길리건을 포함한 관계적인 페미니스트들이 그렇게 나 몰라라 했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힘들과 관계된
경우가 더 많다. 젤라 루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성차를 공부한 학생들이 대중에게 분명하게 목청 높여
이야기할 수 있는 한 문장이 있다면 그건 특히 심리적인 척도를 근거로 할 경우, 남성과 여성의 공통점이 항상
차이보다 훨씬 많다가 될 것이다. 우리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종이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성일 뿐이다.
497p-19
4부 #반격의결과물
만델의 우울한 예측이 틀렸기를 바라거나 그저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생산적인 것은 여성들이 실천하는 것이다. 1990년대가 여성의 해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인구 구조도, 여론조사도 모두 여성에게
유리하다. 여성들이 무대 위로 등장할 시간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 평등을 향한 미래의 진군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물이 무엇이든, 새롭게 창조된 신화가, 새롭게 부과되는 징벌이 무엇이든, 어떤 기회가 사라지고 삶의 질이
어떤 식으로 하락하든 간에 그 누구도 미국 여성들로부터 대의의 정당함을 빼앗지 못할 것이다.
664p-16
그런데 하필이면, 이 묵직한 페미니즘 도서의 역자 후기에 굳이 흑역사를 까발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이제는 생의 아이러니를 향해 웃을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는 뜻일까?
어쨌든 잠시나마 현모양처를 꿈꿨던 덕분에 영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처참한 성적으로나마 졸업장을 얻은 덕에 근근이 일감을 이어가고 있으니 철없는 지난 시절의 꿈을
마냥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785p-9
작은 전화 번호부 만큼 두툼한 책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의 논리들을 하나하나 격파해 나간다.
신화와 회상으로 시작해서, 대중 문화에서의 반격, 반동의 기원 그리고 반격의 결과물 까지
역자의 "철없는 지난 시절"의 꿈을 부끄럽게 만든 가치와 "반격"의 가치가 충돌할때 나는 어느편에 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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