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rban

인간 동물원

 

                                                                                            <중앙일보 2월 12일 사회면 >

 

 

 제국주의 가 기승을 부리던 유럽의 어느 동물원,

 

아프리카 오지의 원시부족을 잡아다 동물원에 전시했다.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 엄마 원시인, 아빠 원시인, 그리고 아들 원시인 까지...

 

 

최근 서울의 어느 아파트 단지 를 건설하면서

 

지방 산골의 수몰지역의 천년의 세월을 견딘 느티나무를 사다가 아파트 정원에 심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을 거쳐 대한민국의 시작을 묵묵히 지켜보던 천년의 고목

 

서울의 아파트 단지로 옮겨지면서 시름시름 말라죽어가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는 호랑이 해를 맞이해서

 

특별히 살아있는 새끼 호랑이  두마리를 동물원에서 임대해서

 

몇주동안 유리상자에 가두어 두고 아이들의 생태체험을 위해 전시를 했다가

 

불쌍하다는 시민들의 반론에 몇일 버티다 허둥지둥 동물원에 돌려주는 일도 있었다.

 

 

 

학교라는 감옥 에 같혀살던 10대의 청소년들 중 일부가

 

졸업식에서 교복을 찢고 알몸으로 사진을 찍는 졸업식 빵 을 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관행이었고 그저 재미있는 일탈 이라고 웃으며 넘겼고

 

인터넷으로 그사진들은 여기저기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어울리고 결혼해야 하는 청춘 남녀 들이

 

짝을 찾아 도심의 밤거리를 흘러다닌다.

 

술과 유흥으로 밤을 지새우는 남자들과 남들흉보는 수다와 쇼핑으로 낮을 보내는 여자들...

 

그러면서도 어딘가에는 자신의 멋진 연애대상이 있을거라 꿈을 꾼다.

 

 

도시라는 공간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최첨단의 인간 동물원 이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문명이라는 울타리로,

 

돈이라는 먹이를 통해,

 

콘크리트와 철로 담을 쳐 놓은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 동물원...

 

 

중국의 상징인 자이언트팬더

 

싱싱한 대나무 만을 먹이로 하는 유별난 식성과

 

자식을 돌보지 않는 이기적인 속성, 게으름 때문에 멸종의 문턱 에 와있다.

 

 

인간의 속성은 어떤가?

 

자기들 무리만을 위하고 다른 무리는 배척하는 끼리끼리 근성

 

한번 올라앉은 권력으로 약자를 지배하려는 본능,

 

기본적으로 쾌락을 위해 고생을 감수는하지만 한번 얻은 쾌락과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인간...

 

 

인간 동물원은 다른 종족이 만들지 않았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제도와 관습의 높은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고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이 인간 스스로를 구속한다.

 

 

이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는 듯 하다.

 

계속 배부를 팬더로 인간들의 귀여움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살다 죽을 것인가,

 

아니면 위험하고 불안하지만 다른생명과의 공생 을 배우며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태어날 것인가?

 

 

지난밤 한권의 책을 읽다가 쓸데없는 상념에 엎치락 뒤치락 하던

 

별  걱정을 다하는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인간동물원의

 

인간 수컷 한마리가 탈출을 고민하면서... 

 

'Urb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립미술관  (0) 2010.03.22
강남역 풍경  (0) 2010.03.09
고양 아람누리  (0) 2010.02.02
한강에 내려앉은 두 마리 종이학  (0) 2009.11.27
서울풍경, 여기에서 보면 더 멋지다  (0) 200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