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늦게까지 일산현장을 보고 오느라 조금은 피곤하지만
밝은 가을하늘과 구름이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한성대 입구역 6번출구에서 내려 한참을 걷다보면 만나는 간송 미술관
오늘도 어김없이 긴줄이 나를 반긴다.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이 신기한지
가게에 있던 웃기게 생긴 개한마리가 문을 열고 무심한듯 바라본다.
일년에 단 두번 봄과 가을에만 열리는 공간 그 특별함이 매력인 간송미술관 그곳에 가려면
한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자신의 개인재산을 털어 모아온 문화유산을 저장하는 곳
보화각 그 건물이 칠십년을 맞아 특별전시회를 연다.
매년 같은 사람의 글씨로 보이는 전시회 간판 붓글씨의 매력이 느껴진다.
가을 석류가 매달려있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맑은 햇살 그리고 보화각 주면에 심어놓은 각양각색의 나무와 화초들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의 글과 그림을 보는 즐거움...
문화는 즐기는 것
엄마손잡고 놀러나온 아이들도
이 가을 문화의 향기를 즐기고 있다. 아는만큼 보이지만 모르는 만큼 자유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도시인에게 무지는 죄악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전시회에 다녀온 흔적을 남기기 위해 화집을 사려는 사람들
무료전시인 만큼 화집을 사주는 것고 행사에 들어간 비용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도움은 될듯...
신윤복의 미인도를 바라보는 여인들 무슨생각을 할까?
아름다움의 가치는 나라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지만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의 가치는 뭘까? 화장으로도 성형으로도 가릴수 없는 그 매력의 비밀...
나무와 석등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낀다.
칠십년 아니 그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것의 가치
시간은 우리를 사라지게 하지만, 시간은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사람들이 더많아지고 있다.
최근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의 영향인지 아니면 우리문화에 대한 목마름인지
혹은 아이들 숙제때문인지
이유야 어찌되었든 수백년된 빛바랜 그림과 글씨를 보기위해 한시간 이상의 기다림을
견딘다는 그 자체가 문화도시인에게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