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 강우식 시집

<죽마고우> 강우식 시집 - 입으로 부는 짧은 피리의 가락에는 믿음이 없다.
지은이 로부터
1부 詩의 커튼을 걷으며
마테호른
신이 대지를 일으켜 세운 산도 장관이지만
나는 호수의 거울에 비친 산의 모습에 넋을 잃는다.
천사도 함몰하고야 말 나르시즘.
40p
별나라
노을이지고 집집마다 저녁 등불이 켜졌다.
내 사는 이 지상이 아름다운 별나라다.
49p
2부 즐거운 비명
부채
벽에 걸어놓은 부채가 갑자기 분주했던
지난여름이 생각나는 듯 가을바람에 펄럭거린다.
정지된 사물인 줄 알았는데
바람 때문에 죽었던 사물들이 살아나는 것 같아
평상시였던 마음이 가끔 놀라기도 한다.
바람이 죽은 생명도 살리는 것인가.
어릴 때 죽은 새를 감싸고 살리려고
그 똥구멍에 바람을
간절한 기도처럼 분 적이 나에게는 있다.
55p
사람
사람은 어차피 사랑해야 살고
사랑은 그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는 것이니까
사람이나 사라은, 사랑이나 사람은 같다.
달달하게 녹고 쪽쪽 빨리는
알사탕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57p
섬 꿈
섬에 사는 사람들은 태아처럼
양수 같은 바닷물에 갇혀 꿈을 키우며 자란다.
63p
임종원(臨終願)
구름 침대에 누워 휘파람 불며 가볍게 갔으면 하네.
죽어 이러쿵 저렁쿵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않고
밤하늘의 유성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싶네.
아니 이 땅에서는 평생 풀 뜯으며 염소처럼 지냈으니
다음 생은 바다에 묻혀 푸르게 물장구치며 살고 싶네.
강우식, 너 평생 시 써온 꿈이 이 임종원 한 줄이었구나.
79p
1941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출생한 시인의 시집 <죽마고우>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별 생각없이 시집을 읽었다. 그리고 시에서 나를 발견한다.
나도 마지막에는 임종원 한 줄 남기고 가야겠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이제니 시집 (0) | 2022.04.19 |
---|---|
<숲은 고요하지 않다> (0) | 2022.04.17 |
<판타 레이> (0) | 2022.04.09 |
<물고기는 알고 있다> (0) | 2022.04.03 |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0) | 2022.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