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장 이야기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
1차 저녁, 2차 맥주, 그리고 3차? 는 이제 어디로 가나 고민하다가
중년의 초입에 들어선 나이때문인지, 영업을 위해 필요해서 배운것인지
아니면 취미삼아 운동으로 시작한것인지 이유는 각양 각색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의견일치를 본것이 스크린 골프 였다.
20년전 대학교때 아르바이트로 강남에서 처음 접한 골프는
나에게는 또다른 세상 이야기 였다.
지금이야 어느정도 나이들고 먹고살만하면 이런저런 핑계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접하지만
그때는 부자들의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사던 운동이었다.
의사, 변호사, 강남의 주부들 아니면 운동으로 배우는 학생들 말고는 골프채 만져보는것이
쉽지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이제 먼 옜날? 추억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들의 오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등학교때 처음나온 오락실에서 50원 동전넣고 열심히 스틱을 움직이던 겔러그
중학교 만화방을 거쳐, 동대문 로라장, 당구장, 나이트장, 노래방을 지나
이제 스린골프방까지...
서울의 도시인들에게는 논다는 것이 정형화 되어있다.
맨정신에 노는것에는 무척이나 어색해서 술에 취해서야 놀기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살짝 맛이간 도시인들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노래방도 맨정신으로 바라보면
정신병자들이 집단 광기와 욕망을 좁은 공간에 몰려앉아 발산하는 또다른 감옥처럼 보인다.
골프의 진정한 의미는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은 푸른 초원과 잔디위에서
서로의 친목과 대화를 위해 맑은 공기를 마시면 즐겁게 즐기는 멋진 스포츠였는데
대한민국 도시인들에게는 그것은 사치이고 지나친 욕심에 가깝다.
그래서 맥주를 마시고 골프장을 상상하면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대리만족을 하며
금요일 밤을 보낸다.
대한민국의 도시인들에게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그런 놀이와 휴식은 불가능한가?
집단적으로 좁은 방에만 틀어박혀 음주가무하는 것을 논다고 착각하는
도시인들에게 봄은 너무나 잔인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