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맥 제대로 구축하라
양제츠(楊潔·58) 중국 외교부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외교 사령탑에 올랐다. 최연소 부부장(차관)에 올랐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수장에 오르기는 다소 의외였다.
지난해 4월 외교부장으로 임명됐을 때 외국 기자들은 물론 중국인들조차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당황할 정도로 ‘무명 외교관’이었다.
2000년말 주미대사로 임명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외교관 생활의 대부분을 주미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한 그는 부부장을 거친 베테랑 외교관인 리자오싱(李肇星) 전임 대사보다 10살이나 젊고 부부장에 오른 지 1년이 안 돼 중량감이 떨어져 보인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그를 발탁한 배경은 무엇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 가문과의 30여년 쌓아온 교분 덕분이다.
양 부장은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주중 연락사무소 소장(대사급·1974~75년)으로 있을 때 부시 가족들과 함께 중국의 주요 지역을 돌며 통역을 맡아 인연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베이징 근무를 마치고 티베트를 여행할 때, 중앙정보국(CIA) 국장에서 물러난 77년 중국을 다시 방문했을 때도 통역을 담당해 친분이 두터워졌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악화된 중·미관계의 비밀창구 역할을 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는 후문도 있다. 그는 이런 각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2001년 미 정찰기와 중 전투기의 충돌 사건으로 급랭된 중·미관계를 잘 해결하는 등 5년동안 주미대사직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아 마침내 외교 분야 최고위직에 올랐다. 글로벌 인맥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상황은 어떤가. 미 대선에서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행정부는 물론 정·재계에서는 거의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중앙 정치무대 경력이 ‘일천한’ 오바마 당선인 진영의 인맥에 줄을 대기 위해서다. 행정부와 정재계에서 “나요, 나요.”하고 자천타천으로 오바마와 가깝다고 명함을 내놓았지만 신뢰성에 의문이다.‘하버드대 로스쿨’ 동문이니, 장관 시절 미국 유력 정치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는 사실만으로 친분이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재계 일부 인사는 단순히 하버드대를 다녔다는 이유로 ‘오바마 인맥’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학교에 다닐 때 스쳐 지나갔을 가능성도 별로 없는데도 말이다. 고려대만 나왔다면 모두 이명박 대통령 인맥으로 분류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사회의 인맥관리를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인맥관리가 어려운 구조이다.
행정부나 기업 등에서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세대교체’,‘발탁 인사’라는 미명 아래 도태시켜버리는 행태가 빈번한 탓이다. 물론 전문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한 분야에서만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문제는 전문성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그래서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도 생소한 분야로 전직 배치하거나 거리로 내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공직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며 ‘밥줄’만 살아 있는 사람을 두고 ‘인공위성’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이 생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맥의 관리는 물론 기본적인 인맥의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성을 강조한 나머지 한 분야에만 묶어두라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조직이 노후화돼 활력이 떨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인맥의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맥 관리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규환 서울신문 국제부장 khkim@seoul.co.kr
출처 :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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