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으로 본 비주류 성공의 정치학
환호 속 등장, 초심 잃으면 실패
주류측 저항 완강 … “MB정권 어려움도 기득권화 때문”
버락 오바마가 미 대선 역사상 최다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바로 1년 전 이명박 대통령도 사상 최대의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비주류’로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오바마는 피부색 때문에 민주당에서 비주류였고, 이 대통령도 영남주류의 한나라당에서 비주류였다.
비주류는 유권자의 환호 속에 등장한다. 그러나 그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주류의 저항이 앞길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역시 비주류로 각광을 받으며 등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류교체’를 꿈꾸다 결국 ‘상처투성이 패배자’가 됐다.
이 대통령 또한 비주류의 벽을 절감하고 있다. 보수세력 내 주류인 박근혜 의원과 이회창 총재 지지층의 불신이 그것이다.
◆‘변화’와 ‘미래’의 시대정신 선점 = 비주류의 등장은 감동적이다. 유권자들은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면서 지지하고, 승리에 환호한다. 오바마와 이 대통령이 그랬고, 앞서 노 대통령이 그랬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권자는 늘 변화와 미래에 대한 메시아적 이미지를 기대한다”며 “이것이 비주류가 각광을 받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비주류는 주변부라는 존재적 속성 때문에 ‘변화’와 ‘미래’라는 시대정신을 선점하게 되고, 그것이 유권자의 강한 지지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유색인종과 소수·약자에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변화의 불을 지폈다. 변화의 메시지는 ‘미국의 몰락’을 걱정하는 백인들의 지지까지 끌어냈다. 이 대통령 또한 대선에서는 ‘변화의 상징’이었다. 이 대통령은 ‘민주화 세례’를 받으며 성장한 40대까지 지지자로 끌어들였다.
시대정신 선점이 비주류 등장의 필요조건이라면 기득권 주류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은 충분조건이다. 오바마 등장에는 부시정권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혐오가 있었다. 이 대통령 등장 또한 ‘권력화된 진보’로 이미 기득권화 됐던 노무현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큰몫을 차지했다.
김 교수는 “미래에 대한 기대는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심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출발부터 주류의 ‘길들이기’ 시작 = 비주류는 열광 속에 등장하지만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다. 뿌리도 조직적 기반도 약해 유권자들이 쉽게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위협은 주류의 저항이다. ‘돈’과 ‘언로’를 장악한 주류는 기존 질서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비주류 길들이기’를 시도하면서 마침내 ‘항복’을 강요한다.
노 대통령은 5년 내내 주류의 저항에 부닥쳤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노 전대통령은 민주당내 비주류인 영남 출신에다 대학인맥도 없었다”며 “기존 기득권세력은 이러한 노 전 대통령을 짓밟기 위해 강한 동맹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아칸소 출신으로 워싱턴 주류와 별 인연이 없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임기 내내 탄핵시비에 시달렸다.
오바마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백인들은 오바마가 어떻게 하는지 냉정히 지켜볼 것”이라며 이같이 관측했다.
◆노무현정권 실패가 반면교사 = 그러면 비주류 성공의 정치학은 애당초 불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철저한 준비’가 최상의 대안이라고 말한다. 한나라당 성향의 한 원로정치인은 “비주류의 실패는 주류의 저항도 있지만 준비 부족도 큰 원인”라며 “시대의 흐름은 읽었지만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 준비가 없어 실패한다”고 말했다. 주류의 도발이 있더라도 시대정신을 잃지 않고 국민의 뜻을 따르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전문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와 이명박 대통령의 초기 어려움이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주류교체’를 희망했지만 그가 사용한 무기는 ‘자기들만의 정치’였다. 5년 내 ‘자기들끼리 잘났다고 박수치다가’ 유권자로부터 고립됐다.
이 대통령의 기반은 ‘수도권·중도·화이트칼라’였다. 그러나 초기인사 실패와 촛불시위 후 ‘우향우’ 행보가 겹치면서 지지층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앞의 인사는 “비주류가 자기 지지층만 보고 정치를 하면 고립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출현에 환호했던 지지층을 버리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며 “자기색깔을 지키면서 외연을 넓히는 게 성공한 대통령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백왕순 백만호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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