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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서문 - 삶과 죽음의 유쾌한 조우 - 앤서니 브릭스

'거대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인 '톨스토이'가 집안의 성(姓)이 된 걸 보면,

레프 톨스토이의 먼 선조 중에는 체격이 큰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대가 이어져, 튼실하게 자리잡은 가문에

레프는 '크다'는 말이 표현하는 모든 것을 물려받으며 등장했다. 그는 크고 강인한 몸의 소유자였으며,

(그는 82킬로그램의 물건을 한 손으로 들 수 있었다.) 자의식이 비대했고, 놀라운 지력과 더불어

삶과 앎에 대한 거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장수하여, 83세가 되던 해에 죽는다.

7p-9

<이반 일리치의 죽음> (1986)

동료인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들이 맨 먼저 보인 반응은, 저마다 속으로 그의 죽음으로 발생할 자신들의 자리 이동이나 직위 변경에 대해 미리 계산하고 따져보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들은 그와 동시에, 가까운 사람의 사망 소식을 듣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절친했던 동료가 죽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친구가 죽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함께 느꼈던 것이다.

32p-4

그는 지금까지, 키제베터의 논리학에서 배운

"줄리우스 카이사르"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고로 카이사르도 죽는다."

라는 유명한 삼단논법의 일례가 카이사르에게나 해당하는 진리였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말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가 보기에는 카이사르는 인간, 즉 일반적인 인간이었기에 그러한 논법을 적용시키는 것이 의심할

나위 없이 정당했지만, 자기 자신은 카이사르가 아닐 뿐더러 일반적인 인간도 아니었다.

98p-6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러니 제가 나리를 위해 수고 좀 못 하겠습니까?" 그는 이 말을 통해

'자신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수고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도 힘들지 않으며, 또 언젠가 자신이 병들어 죽게 되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서도 똑같은 수고를 해주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었다.

110p-24

'그런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에 있지?'

그는 오랫동안 자신에게 머물러 친숙해진 죽음의 공포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죽음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데 무슨 죽음? 죽음이 사라진 지금, 공포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 대신 빛이 있었다. "그래, 바로 이것이었어!" 그가 갑자기 소리 내어 말했다. "아, 이렇게 기쁠 수가!"

147p-16

<세 죽음>

첫 햇살이 얇은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하늘 위에서 빛을 내며 하늘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안개가 물결치듯 밀려와 계곡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슬은 푸른 잎들마다 장난하듯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투명하고 하얀 조각구름은 새파란 창공을 따라 서둘러 흩어졌고, 새들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것처럼 덤불 안을 헤집고 다니며 행복하게 재잘거렸다. 높은 곳에서 물기를 한껏 머금은 나뭇잎들이 서로에게 기쁨과 평안을 속삭였고, 살아 있는 나무의 가지들은 죽어 땅바닥에 누워 있는 나무를 굽어보며 천천히,

그리고 장엄하게 몸을 흔들었다.

177p-22

<습격> 지원병의 이야기

"아, 이를 어째!" 순간 나는 이 슬픈 광경을 외면하며 저도 모르게 외쳤다.

"정말 딱한 일이군." 침통한 표정으로 소총에 팔꿈치를 기대고 내 옆에 서 있던 늙은 병사가 말했다.

"무서운 게 없던 사람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느냐 말이죠!" 부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가 덧붙였다.

"너무 무모했어요. 그래서 지금 그 대가를 치르게 된 겁니다."

"그럼 당신은 정말 두렵단 말이오?" 내가 물었다. "물어 뭤하겠소, 당연한 것을!"

230p-17

1828년 야스나야 폴랴나 에서 태어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작품 세편을 만났다.

터키가 러시아에 전쟁을 선포한 1853년 작 <습격>, 1859년 작 <세 죽음> 그리고 대작들을 집필 한 후반기 1886년 작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 문학의 거인의 초기작과 후기작을 통해 또다른 작가 톨스토이의 사상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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