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소재(穌齋) 노수신(盧守愼)이 20대의 젊은 시절에 금강산을 유람하다 보현암(普賢庵)에서 지은 시이다. 시 뒤에는 다음과 같은 작자주가 실려 있다.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는 본래 두견새가 없는데 세속에서는 소쩍새를 두견새라고 하여 선배들이 대부분 그렇게 사용해왔다. 아마도 시속을 따른 잘못이란 것이리라.[按:東方本無杜鵑, 俗以鼎小也禽爲杜鵑, 前輩多用之. 豈亦所謂循俗之過者與.]”
두견새는 한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새 가운데 하나인데 우리나라 시인들 사이에서는 두견새와 소쩍새를 혼동해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수신은 우리나라 시인들이 혼동해서 이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두견새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새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비단 노수신만의 것이 아니었다. 허균 또한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창 너머 두견 소리 밤새도록 듣노니, 隔窓杜宇終宵聽, 산꽃의 몇째 층에 울음소리 나는고 啼在山花第幾層 -이견간(李堅幹)의 <奉使關東聞杜鵑>- 이 시를 두고 당시에 절창이라고들 하였다. 나는 관동(關東) 지방에 자주 놀러 갔었는데 그 시에서 말한 두견이란 곧 소쩍새의 무리였다. 절강(浙江) 사람 왕자작(王子爵), 사천(泗川) 사람 상방기(商邦奇)가 함께 강릉(江陵)에 왔으므로 그들에게 내가 물었더니, 모두 이는 두견이 아니라고 하였다. 대개 시인들은 흥을 붙여 말하는지라, 비록 그 물건이 아니더라도 시 가운데 그 말을 쓴 것이다. 이를테면 ‘수풀 너머 흰 잔나비 울음 부질없이 듣노라 [隔林空聽白猿啼]’-이인로(李仁老)의 <遊智異山>-와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는 본시 잔나비가 없다.”
라고 하여, 중국 사람의 증빙까지 실어서 시 속의 두견은 진짜 두견이 아니라고 증명하였다. 그리고 시에서 정서를 표현하는 장치로 등장하는 두견이나 원숭이, 비취새, 자고새 등의 물명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크게 문제로 삼지 않았다.
두견새는 촉왕(蜀王) 두우(杜宇)의 애달픈 전설과 함께 봄날의 슬픔, 이별, 그리움, 안타까움, 고적함 등의 정서를 대변하는 새로, 두보(杜甫)도 자주 소재로 다루었기에 이후 시인들의 단골 소재가 되어왔다.1) 표기도 두견(杜鵑)ㆍ두백(杜魄)ㆍ두우(杜宇)ㆍ불여귀(不如歸)ㆍ망제(望帝)ㆍ시조(時鳥)ㆍ자규(子規)ㆍ자귀(姊歸)ㆍ촉백(蜀魄)ㆍ촉조(蜀鳥)ㆍ촉혼(蜀魂)ㆍ제결(鶗鴂)ㆍ업공(業工)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선 가끔 정소(鼎小)라고 쓰기도 하고 두견 또는 자규라고 소주를 달아놓기도 한다. 정소는 바로 ‘솥이 적다[鼎小]’는 소쩍새를 그대로 한역한 것이니 소쩍새와 두견새를 옛 시인들이 똑같이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이 시의 정서적 효과를 위해 사물의 명칭을 의도적으로 오용했든 아니면 착각해서 혼용했든 그것은 시인의 일이다. 하지만 이를 번역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번역문들을 살펴보면 원문 그대로 두견새, 자규 등으로 하기도 하고, 소쩍새, 접동새(접동새는 소쩍새와 또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등으로 번역자가 새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번역에서는, 번역방식에 따라 원작자의 글이 비록 오류일지라도 그대로 번역해야 한다는 태도와 작자의 의도되지 않은 오류는 수정해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태도가 공존한다. 그리고 그 중간적인 견해로 본문은 그대로 하되 주석으로 오류임을 밝혀준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견새의 경우 확인가능한 객관적 오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보다 복잡하다. 몇 백 년이 흐른 지금 와서 그 새들이 모두 소쩍새였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설사 우리나라 한시에 나오는 두견새가 대부분 소쩍새라 할지라도 당시 시인이 두견새로 알았고 당시의 독자도 두견새로 알아 정서적 공감을 이루었는데, 현대의 독자를 위해 바꾸어 번역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만일 니이다Nida의 의미적 등가를 취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소쩍새가 아니라 밤에 우는 흔한 새 이름은 무엇이든 다 붙일 수 있을 듯하다.)
사실 두견새는 뻐꾸기과 두견목에 속하는 주행성 새이고, 소쩍새는 올빼미과의 야행성 새로, 생김새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분포지나 서식지는 겹친다. 때문에 낮의 모습을 보고 밤에 울음소리를 접한 사람들이 두 새를 혼동했을 것이란 설도 있다. 하지만 두견새가 주행성이라도 밤에 울기도 하는데 봄밤에 우는 새라고 해서 모두 소쩍새라고 몰아붙일 수 없는 노릇이다. 과연 노수신이 들었던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