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는 철학인가? 아니면 종교인가? 유교에는 인의(仁義)와 심성(心性)이 있으니 철학이라 할 수도 있겠고 예(禮)와 악(樂)이 있으니 종교라 할 수도 있겠다. 철학과에서도 종교학과에서도 유교를 공부할 수 있으니 둘 다 옳지 않을까? 그러면, 공자는 철학자인가? 아니면 종교가인가? 《논어》에서 만나는 공자는, 특히 《논어집주》에서 만나는 공자는 아무래도 철학자에 가깝지 종교가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권도용(權道鎔)은 공자는 철학자가 아니라 종교가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었을까? |
아! 공자는 만세토록 인도(人道)의 종주이다. 그 가르침이 충분히 천지의 질서가 되고 우주를 포괄할 만하니 백성이 있었던 이래 누구도 이와 같은 사람이 없었다. 공자의 도를 알았던 사람은 당시에 안자(顔子)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 밖에는 오직 자사자(子思子)가 이를 알았다. 그 말에 “중니(仲尼)는 위로 천시(天時)를 본받고 아래로 수토(水土)를 이어서 명성이 중국에 양양하였고 만맥(蠻貊)에도 미쳤으니 배와 수레가 이르는 곳마다 사람의 힘이 통하는 곳마다 해와 달이 비추는 곳마다 서리와 이슬이 내리는 곳마다 무릇 혈기가 있는 것은 존경하고 친히 하지 않음이 없었다. 때문에 하늘과 짝을 이룬다고 말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그 밖에는 오직 장생(莊生)이 이를 알았다. 그 말에 “옛사람은 천지와 짝하고 만물을 기르고 상하를 화합하여 근본을 밝히고 말단에 관계하여 위아래 사방과 네 계절과 크고 작은 일과 정밀하고 조악한 일에 어디에든 그 운이 있지 아니함이 없으니 안으로 성인(聖人)이 되고 밖으로 왕자(王者)가 되는 학문이다.”라고 하였다. 지극하구나, 이 말이여! 이를 넘어설 수 없겠다. 지금 유럽과 미국 사람들은 공자를 종교가가 아니라고 하지만 종교라고 하는 것은 세계에서 익숙하게 쓰는 말이니 자기가 말하는 종교와 같아야 종교인 것은 아니다. 또, 공자를 겨우 철학자라고 하는데 모두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상의 유자는 육경(六經)을 읽어도 반드시 성인을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이른바 가지는 보아도 뿌리는 보지 못하는 것이다. 시험 삼아 육경의 큰 뜻을 논해 보겠다. 이를테면 《역(易)》의 궁변(窮變)은 알맞게 변통하여 장구하고 거대한 기업(基業)을 만드는 것이고, 《시(詩)》의 유신(維新)은 선정을 베풀고 천시에 순종하여 낡은 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고, 《서(書)》의 집중(執中)은 정일(精一)을 구하기를 힘써서 백성에게 중(中)을 사용하는 것이고, 《춘추(春秋)》의 삼세(三世)는 진화(進化)의 공례를 밝혀서 지치(至治)의 세상을 보게 하는 것이고, 《예기(禮記)》의 대동(大同)은 천하에 공(公)이 실현되어 어질고 장수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고, 《논어(論語)》의 손익(損益)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추측하여 만세토록 폐단이 없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이 모두 공자가 천지의 질서가 되고 우주를 포괄하는 까닭이다. 이로써 보건대 공자의 가르침은 충분히 만세의 법도가 되고도 남음이 있지 아니한가? 참으로 그 큰 뜻을 모른다면 공자의 가르침이 오늘날에 적합하지 않아 미루면 궁함이 있는 듯이 보일 것이다. 우리 유자도 그런데 하물며 유럽과 미국 사람은 어떻겠는가? 다만, 요즈음 독일 사람이 교주만(膠州灣)을 점령하고는 “중국이 공자의 육경에 중독되어 세계에서 가장 빈약하고 무능한 나라가 되었다”고 확언하고 야만으로 지목하니 무엇 때문인가? 송(宋)나라 가정(嘉定, 1208~1224) 이후 유자가 공교(孔敎)의 큰 뜻을 밝게 선포하지 못하고 편안하게 할거하여 한갓 실제 쓸모도 없고 결론도 나지 않을 성명이기(性命理氣) 등의 학설에 힘써서 기치를 높이 세우고 순전히 헛된 명성을 훔쳤기 때문이다. 대개 오천 년 문명의 땅이 오늘날 윤리가 무너지고 강토가 침식되어 힘 없이 설설 기며 거의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공교의 효과가 본디 이렇다고 인식하는 것이니 어찌 원통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말하리라. “세계에서 종교라고 하는 것은 모두 미신에서 발생하여 의례가 이루어져 허무로 귀착하는 것으로 결국엔 다시 정치와 분리되었다. 공자의 도는 하늘의 드러난 도와 백성을 공경함에 근본하여 예악형정(禮樂刑政)을 제정하니 문물전장이 해와 별처럼 밝게 빛나 만세토록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도리어 잡교(雜敎)와 더불어 종교라고 병칭한다면 성인이 심하게 굴욕을 받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대답하겠다. “종교라고 하는 것은 같아도 종교가 되는 까닭이 다른 것이다. 공자는 대개 ‘밝은 임금이 나타나지 않으면 천하에 누가 나를 종(宗)으로 삼겠는가’ 하였는데, 여기서 종(宗)으로 삼는다는 것은 높인다는 말이니 자신의 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자사(子思)는 말하기를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한다’ 하였으니 이것이 공자의 도가 역시 종교(宗敎)라고 부를 수 있는 까닭이다. 하물며 근세 중화민국의 대총통이 공자를 높여 호천(昊天) 상제(上帝)에 배향하고 이어서 공교를 국교로 삼았음은 세계에서 공인한 사실이 아니던가!” 만약 육경의 큰 뜻을 한 두 마디로 다하기 어렵다면, 이 뜻은 남해(南海) 강선생(康先生 강유위(康有爲))이 창명하고 박사(博士) 진중원(陳重遠 진환장(陳煥章))이 이어 받아 참으로 중국에 만 길의 빛나는 불꽃을 발산하고 있다. 근래 다시 세계종교평화대회에서 강연이 있었으니 서쪽 대륙의 선비는 생각건대 능히 그 요령을 얻었다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유자는 모름지기 이 점에 대해 발휘하여 발란반정(撥亂反正)의 입지로 삼아 공교 교과서를 편찬하고 천하에 포고하여 진상을 명시한 후에야 전 지구의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똑같이 존경하고 다른 말이 없을 것이며, 이에 성인의 신령한 교화가 크게 행해지고 성인의 후손의 말이 부절을 합한 듯 들어맞아 변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