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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며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에 세배하러 찾아오는 이
절반은 수염 허연 사람들이네
많아진 나의 나이 몰랐었다가
늙어진 내 청춘에 깜짝 놀라네

歲時來拜人
半是鬚眉皓
不知已年高
還驚少年老

- 허전(許傳 1797~1886)
〈즉사(卽事)〉
《성재집(性齋集)》

  우리는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세뱃돈이 생겨서 좋았고, 새 옷이 하나 생겨서 좋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어 좋았다. 또 무언가 새로운 듯한 분위기 속에서 막연히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만 같았고, 거창한 신년 계획을 세워 놓고는 계획표만으로도 한 뼘 더 성장한 듯 의기양양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달력의 빨간날이 되었고, 그저 어제의 다음날이 되지 않았나 싶다.

  위의 시는 늙은 시인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평이하면서도 아주 핍진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새해에 인사를 드려야 할 사람은 점점 줄고, 찾아와 인사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게 마련인데, 시에서는 찾아오는 이들 중 머리와 수염이 하얀 사람이 절반이나 된다고 하였다. 노인에게까지 세배를 받는 시인은 노인 중에서도 어른인가 보다. 90세까지 장수했던 시인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 상황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자신의 나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다가 찾아와 인사하는 이들의 하얗게 센 수염과 머리를 보고는 늙은 자신의 모습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나 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새해지만, 결코 누구나 똑같이 맞이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희망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그냥 휴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서글픔이 될 지도 모른다. 새로움은 언제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새해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