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고 지역사회의 푸른 쉼터로 변모한 학교
가만히 관심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녹지대가 의외로 많아졌다. 변화의 선두주자에는 학교가 있었다. “학교 담장이 벽돌이 아닌 나무와 꽃으로 바뀌어서 그런지 예전에는 학교 문턱이 높게만 생각됐는데, 이제는 내 집 안뜰처럼 자주 이용해요.” 서대문구 북성초등학교 근처에 사는 주부 서민아(38세) 씨의 말은 '열린학교'의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열린학교'란 학교의 담장을 허물고 그 속의 폐쇄공간이던 교정을 녹색 쉼터로 만드는 도심 녹지사업의 명칭이다. 이 사업을 통해서 사근초등학교와 개포초등학교에선 산수유, 산딸나무, 철쭉 등 다양한 꽃나무를 볼 수 있게 됐고, 정릉초등학교와 인수중학교에서는 생태연못을 만들어 창포, 부들, 수련도 심었다. 중랑중학교와 숭실고등학교에는 학교 운동장 외곽에 녹지대를 만들어 산책로와 운동시설을 설치했다. 물론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은 일제히 대환영했다. 추가로 신청한 학교들까지 공사를 마치는 2010년이면 서울시내 학교 1천 312개 중 '열린학교'의 숫자는 총 838개나 된다.
대학 역시 담장을 개방해 녹지를 확충하자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 중 어린이대공원과 마주 보고 있는 세종대학교는 성공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대학측은 과감하게 340m의 담장을 들어냈고 그 자리에 소나무를 비롯한 나무 2천여 그루를 심었다. 이미 건너편 어린이대공원 담장이 개방된 데다 능동로 '디자인 거리' 프로젝트까지 진행된 덕에 세종대 앞의 보도폭은 시원하게 넓혀졌다. 주택가에 인접한 흉물스런 담장을 철거하고 녹지와 정자를 조성한 홍은동의 서울간호대학도 이웃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현재 담장을 허물고 녹화사업을 진행중인 연세대학교까지 포함하면, 서울시내 총 21개 대학교는 7천 412m의 담장을 허물어 총 4만 9천 482㎡의 녹지를 만들어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파트열린녹지+그린웨이= 그린 커뮤니티
학교에 이어 아파트도 담장 허물기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재산권이 관여된 사안이라 초창기에는 순조롭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때만 해도 반감과 우려를 표시했던 주민들은 공사가 끝난 후 넓어진 느낌의 아파트 입구를 보면서 180도 태도를 바꿨다. 보행자들도 폐쇄적인 담으로 좁고 불편하던 보행로가 숲길로 바뀌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됐다. 그리고, 아파트촌에 조심스레 '동네'라는 개념도 자리하게 되었다. '아파트열린녹지' 사업의 성과는 생각 이상이었다. 이렇게 새로 조성된 녹지의 장점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담당구청에는 '아파트열린녹지'의 사업대상지를 묻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총 35개의 아파트 단지에서 담을 헐고 녹지를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요즘은 그동안 개별로 추진되던 '아파트열린녹지', '열린학교' 사업에 가로변 녹지량을 확충하는 '그린웨이' 사업까지 결합돼 한 지역에서 3개의 사업이 동시에 계획되고 추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가령 320m 구간의 아파트 담이 헐리고 그 자리에 보행로가 자리를 잡으면 기존에 있던 보도와 아파트 쪽 양측으로 풍성한 녹지를 만들어 숲길을 연상시키는 보행로를 조성하는 식이다. 혹은 보행공간이 없던 양방통행로를 주민과 합의하에 일방으로 변경하게 되면서 주변 아파트와 학교의 담까지도 함께 허물어 숲길로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완성된 노원구 간촌 서3길의 '그린웨이'는 자치구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손잡고 '그린 커뮤니티'를 형성한 좋은 사례다. 구청은 보도가 없는 왕복 2차선길을 1차선으로 축소하고 일방통행으로 변경하여 상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었던 인근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된 공간에다 아파트 주민들이 담장을 허물기로 결정하면서 녹지 공간이 추가되어 바닥분수, 팔각정자 등 주민쉼터와 띠녹지까지 조성하게 되었다. 차량 위주였던 도로에 가로수를 늘리고 띠녹지를 만들어 보행자가 걷기 좋은 쾌적한 거리를 만드는 '그린웨이' 사업은 올해 8.9km 구간, 16개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버려진 동네 뒷산과 빌딩의 옥상도 공원으로
요즘 동네 뒷산이 다시 인기다. 무허가 건축물과 불법 경작지가 난립하고 각종 쓰레기와 악취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동네 뒷산들이 2007년부터 '동네뒷산 공원화사업'에 힘입어 웰빙공원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강서구 화곡동 43-20번지 일대의 주택가 뒷산은 생태학습장으로 변신했고, 강북구 번동 산 17번지 일대의 숲 가장자리는 푸른 산책로로 말끔히 정비됐다. 강서구 봉제산 근린공원은 경관이 바뀐 뒤 인근 집값까지 상승시켜 주민들을 더욱 흐뭇하게 했다는 소문도 있다. 지난 2008년 10월, 동네뒷산 공원 8곳에서 686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전체 응답자의 49퍼센트가 매일 또는 적어도 주 3회 정도 공원을 찾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내년까지 총 74개소의 67만 8천㎡에 이르는 뒷산이 공원으로 되살아난다.
이미 '옥상 공원화'는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훌륭한 대안이자 도심 녹화사업의 주역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옥상공원화란 인공적인 구조물 위에 인위적인 지형, 지질의 토양층을 새로이 형성하고 식물을 심거나 연못 등의 수공간을 만들어서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통칭한다. 전문가들은 옥상공원 100㎡는 매년 2㎏의 오염물질을 저감시키고 성인 2인이 호흡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도시민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 열섬현상 완화, 도심 소음 경감 등 환경적인 잇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단열효과를 통한 냉난방비 절약 등 경제적 효과까지 가져오는 옥상공원은 도심의 건물들 사이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탄생한 옥상공원은 총 218개소. 올해는 남산가시권 등 파급효과가 큰 지역의 건물을 중심으로 104개소가 새로 조성될 예정이다.
문의 : 푸른도시국 조경과 ☎ 02) 2115-7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