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분쇄기, 시민만족도와 수질검사에서 합격점
골치도 이런 골칫거리가 또 있을까? 껍질은 음식물, 씨는 일반,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 매일 어김없이 만지고 골라내고, 썩는 냄새 진동해도 저녁까지 기다리고, 장갑 끼고 코 막으며 완전무장 하고 나서 행여 국물 떨어질까 조심스레 버리고 나면, 다음날 아침 집앞은 고양이나 비둘기들이 파헤쳐서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어느 집이나 음식물쓰레기 처리 문제는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서울시의 음식물쓰레기 공공처리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자체간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처리시설을 확충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과정에서 발생되는 약 70퍼센트의 침출수도 이제까지는 해양 배출로 해결했으나 2013년부터는 그마저 금지된다. 우리에게 가능한 대책은 무엇일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어제 노원구의 한 공동주택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노원구 공릉동 751번지. 대주피오레 아파트는 금년 1월 주방용오물분쇄기 시범공동주택으로 지정되었다. 2월말까지 191세대의 집집마다 분쇄기를 설치하고 창고로 쓰이던 아파트 지하 공간에도 배수처리시설(30㎥/일)을 갖추었다. 시범사업인 만큼 비용은 서울시와 업체에서 전액 부담했으므로 주민들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 곳에 사는 주부 채연(36세)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희들은 복권당첨된 거나 같다고 생각해요. 지난 3개월간 음식물쓰레기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살았어요. 남은 음식물을 싱크대에 설치된 분쇄기에 넣기만 하면 깨끗하게 갈아주죠. 설거지하면서 나오는 물로 씻겨 내려보내면 그게 끝이에요."
일명 디스포저(disposer)라 불리는 주방용 오물분쇄기에 대한 시민 만족도는 대단히 높았다. 그렇다면 정화된 오수만 하수도로 방류한다고 해도 처리과정을 거친 물이 과연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은 없을까? 그래서 아파트 지하의 배수처리시설에서 최종 배출된 처리수(水)의 수질을 검사해보았다. 실험 결과 설계기준(BOD 100㎎/L) 이내라는 결과가 나왔다(아래 표 참조). 이로써 새로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스템은 하수시스템에 전혀 문제를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주방오수 및 처리수 수질 현황(’09. 1~5월)
구 분 |
발생 |
BOD(㎎/L) |
SS(㎎/L) |
분쇄기 설치전 |
23.6톤/일(29.6L/인·일) |
277 |
292 |
설치후 처리수(처리전) |
27.2톤/일(34 L/인·일) |
36(864) |
30(613) |
미국에서는 분쇄기 사용이 전체 인구의 40퍼센트까지, 일본에서는 98년부터 사용을 허용한 이래 30여만 가구까지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분쇄기 시스템이 보편화되려면 우리만의 하수처리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릉동 대주피오레의 경우처럼 하수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분쇄오수를 따로 모아 전처리(前處理)시설에서 처리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이다. 반면 물재생센터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전처리시설을 거치지 않고 바로 물재생센터로 분쇄오수를 내보내는 방식도 가능하다. 조만간 시범사업이 진행될 강서구 방화동의 서광아파트에는 이 두 번째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인근에 위치한 서남 물재생센터를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에 설치된 분뇨처리시설을 활용하여 병합처리하는 방식의 시범사업도 금년 6월 중에 대상아파트를 선정한 후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 규정상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판매ㆍ사용은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 등에서 시범사업 외에는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시범사업을 거듭하면서 우리의 도시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현재 시민들의 만족도와 사업 효과를 바탕으로 환경부 관련 규정은 얼마든지 개정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주부들의 음식물쓰레기 고민이 사라질 그 날을 기다려본다.
문의 : 맑은환경본부 자원순환담당관 ☎ 02) 2115-76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