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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금융안정자금 133조, 시중자금 '돈맥경화' 왜 안풀리나

금융안정자금 133조, 시중자금 '돈맥경화' 왜 안풀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9월15일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원한 돈이 예정액을 포함 133조원에 육박하나 시중의 자금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한 달 새 1.25%포인트나 전격 인하됐지만 시중금리 인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오히려 금융기관 간 수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금·채권금리가 치솟고, 제2금융권과 중소기업들은 돈을 못 구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금융시장의 ‘돈맥경화’는 실물경기 침체와 기업실적 악화와 맞물리면서 우리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3조원 투입에도 약발 안 선다=정부와 한은은 국제금융시장 경색으로 달러 가뭄이 이어지자 수출입 금융지원, 대외채무보증 등 총 690억달러를 지원했거나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85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달러 등 2차 방어선까지 구축했지만 달러 기근현상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20일 마침내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원화자금시장 사정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10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유동성·보증 지원액이 48조원에 육박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4%까지 떨어졌으나 실제 예금금리는 연 7.7∼8.2%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의 3배 수준을 넘어설 게 확실한 데다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중소 영세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두 자릿수의 고금리 대출을 끌어써야 할 판이다.



◆‘돈맥경화’ 왜 안 풀리나=내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게는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속출하면서 금융사 제조업체를 가리지 않고 유동성 확보에 혈안이다. 특히 금융권은 건전성 강화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비우량기업에 대한 대출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이미 나간 대출도 회수해야 할 처지다.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서지만 공급에 비해 수요가 달려 채권값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채 금리는 10월 8.13%에서 최근 8.5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준금리 대비 2배를 훨씬 웃돈다.



금융권 내에서 시중은행의 사정은 그나마 좋은 편이다. 지난달 은행 예금에 22조원가량이 들어오고 후순위채가 팔리면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제2금융권은 조달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는 등 자금경색이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신용카드사들이 발행한 카드채는 1600억원으로 지난달 6400억원의 25%선에 그쳤다. 반년 전보다 2%포인트 넘게 올린 8%대의 고금리를 내걸었지만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할부금융·리스사는 채권발행을 포기할 정도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근본 원인은 시장의 불신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마저 줄줄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 부실위험이 큰 쪽엔 아예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