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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정성스런 중매쟁이가 돼라

리더가 사는 법|정성스런 중매쟁이가 돼라

 

 

 

한나라 원제 때 ‘왕소군’이란 경국지색이 있었다. 당시 황제에게는 후궁이 수천 명이나 되었으니 일일이 보면서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초상화를 보고 가까이 할 상대를 간택하곤 했는데 경쟁이 붙은 후궁들은 초상화를 예쁘게 그려달라며 앞다퉈 화가에게 뇌물을 갖다바쳤다. 그러나 미모에 자신이 있던 왕소군은 그러지 않았고 이에 앙심을 품은 화가는 원래의 꽃 같은 모습과는 달리 그녀를 밉상으로 그렸다. 초상화만 본 원제는 왕소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결국 흉노족 왕의 요청을 받아들여 왕비로 삼게 했다.



‘왕소군 초상화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남의 소개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된다. 꽃 같은 미인을 추녀로, 추녀를 미인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호감 인물을 비호감형으로, 비호감 인물을 호감형으로 바꿀 수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다른 부서와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 참석했다. 자신이 호스트인 만큼 직원들을 직접 상대방에게 소개한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직원의 이름을 틀리게 말했을 뿐 아니라 직책과 부서도 마구 뒤섞어 소개한 것이다. 그 식사자리 이후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남을 소개할 때 감동을 주는 사람을 꼽으라 하면 바로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이다. 어디에서나 의전행사에 가면 주요 참석인사들을 소개하는 순서가 있는데 소개받는 본인이야 영광스럽겠지만 다른 참석자들에게는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앙드레김은 수십 명에 이르는 각국의 주한외교 대사 부부와 내로라하는 국내 인사들을 일일이 직접 소개한다. 그날 참석한 인사 면면의 특색에 놀라기도 했지만 더 감동한 것은 앙드레김의 소개능력이었다.



남에 대한 소개를 즉흥적으로 가볍게 하면 아니한만 못하다. 상대를 어떻게 돋보이게 소개할지 마음속 시나리오를 작성해놓고 만남의 자리에 나서야 한다. 공석이 아닌 사석에서의 소개도 마찬가지다. 리더들은 결코 자신의 인맥을 가두리 양식장에 가둬두지 않고 유통시킨다. 좋은 사람을 서로 연결해주고 만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인맥을 키우는 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통일문화연구원 라종억 이사장은 늘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 앞장서는 분이다. 그가 주선하는 자리는 늘 좋은 사람들과의 멋진 대화가 있기에 지인들은 그의 초대에 열일을 제치고 참석한다.



라종억 이사장이 남을 소개할 때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 명함을 그대로 옮긴 듯한 메마른 소개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상대방끼리 서로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주 정성이 뚝뚝 떨어지는 멘트를 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K군은 앞으로 대성할 인물이네. 미술에도 조예가 깊고, 내가 그동안 지켜봤는데 일 하나를 하더라도 정말 창의적으로 하지. 지금도 훌륭하지만 몇 년 내에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 될 거라 확신하고 있다네.”



상대의 장점이 무엇인지 지극정성으로 소개해주고 만남의 의미와 접점까지 정확하게 짚어주니 주위에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다. 정성으로 대해주는 데 대해 감동을 한다. 인맥을 유통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상대방과 뜻깊은 인연을 맺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대와 나만의 만남이 아니라 상대가 만나고 싶은, 그리고 도움이 되는 사람과의 자리를 주선하는 중매쟁이가 돼라.

 

그리고 서로의 장점과 만남의 의미를 파악하고 접점을 이야기해주고 ‘상대방이 놀랄 정도’로 서로의 윈-윈이 부각되는 간절한 감동 멘트를 준비하라. 소개받는 당사자들은 모두 당신의 광팬이 되어 변함없는 로열티를 기꺼이 맹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