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는 인간> 알베르 카뮈

<반항하는 인간> 알베르 카뮈
오직 한 사람만 앓고 있던 병이 집단적 페스트로 변한 것이다.
우리가 겪는 일상적 시련 속에서 반항은 사유의 차원에서의 '코기토(cogito)'와 같은 역할을 한다.
즉 반항은 원초적 자명함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나 이 자명함은 개인을 그의 고독으로부터 끌어낸다.
반항은 모든 인간들 위에 최초의 가치를 정립시키는 공통적 토대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47p-9
"치밀어 오르는 극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사람을 죽이는 것, 그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진지한 숙고를 거쳐
침착하게, 명예로운 임무 수행이라는 구실로 남을 시켜 살인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여기서 사드에 의해 한층 발전된 사상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즉 살인을 하는 자는 자신의 몸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시피 사드는 우리 시대 사람들보다 더 도덕적이다.
80p-17
댄디들의 반항, 구원의 거부, 절대적 긍정, 유일자, 니체와 허무주의, 반항적 시
허무주의와 역사
형이상학적 반항과 허무주의의 150년 동안, 하나같이 초췌한 얼굴, 즉 인간적 항의의 얼굴이 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집요하게 반복해서 나타나곤 했다. 인간 조건과 그 조건을 창조한 이에 항거하여 일어난 모든 사람들은 인간의 고독과 도덕의 허망함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동시에 자신들이 선택한 법칙이 지배하게 될 순수하게
지상적인 왕국을 건설하고자 노력했다. 조물주인 신과 경쟁하겠다는 그들은 그러하기에 당연히
자기들의 뜻에 맞추어 창조를 다시 하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
180p-1
3 #역사적반항
"폭풍우의 전차에 쓰여 있는 그 무시무시한 이름", 자유는 모든 혁명의 원리다.
자유 없는 정의란 반란자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의가 자유의 중지를 요구하는 시대가 온다.
그러면 크든 작든 테러가 등장해 혁명을 마무리한다. 저마다의 반항은 무죄에의 향수며 존재를 향한 부름이다.
그러나 그 향수가 어느 날 무기를 들고 전적인 유죄, 즉 살인과 폭력을 떠맡는다. 그리하여 노예들의 반항,
왕의 목을 베는 시역의 혁명, 그리고 20세기의 혁명들은, 점점 더 완전한 해방의 성취를 도모하면 할수록
점점 더 광범위한 유죄성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189p-1
왕의 시역자들, 새로운 복음, 왕의 처형, 신의 시역자들
동물에게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생명의 보존이므로 의식은 인간적 가치를 얻어 가지려면 이 본능보다 더 높이 고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식은 자기의 생명을 걸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다른 의식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하여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무릅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죽음의 기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근본적인 인간관계는 이와 같이 순수한 권위의 관계, 즉 타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죽음의 대가도 치르는 항구적인 투쟁이다.
246p-22
개인적 테러리즘, 미덕의 포기, 양심적 살인자들, 국가 테러리즘과 비합리적 테러, 부르주아적 예언, 혁명적 예언, 예언의 실패
헤겔은 오만하게도 1807년이 역사의 끝이라고 하고, 생시몽주의자들은 1830년과 1848년의 혁명적 몸부림을
마지막 혁명으로 간주하고, 콩트는 마침내 미몽에서 깨어난 인류에게 실증주의를 설교하기 위해 강단에 오를 준비를 하던 중 1857년에 죽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르크스가 여전히 똑같은 맹목적 낭만주의를 청산하지 못한 채 계급
없는 사회와 역사의 신비의 해결을 예언한다. 그렇지만 보다 신중한 그는 그 시기를 못 박아 정해 놓지는 않는다.
366p-7
목적들의 왕국, 전체성과 심판
그러므로 역사는 하나의 우발적 원인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는 가치의 부재가 아니고, 그렇다고 가치 그 자체도 아니며, 심지어 가치의 재료조차 아니다.
역사란 여러 다른 기회들 중 한 가지 기회일 뿐이다. 그 기회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역사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어떤 가치의 아직은 막연한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반항 그 자체는 우리에게 그 가치를 약속해 준다.
430p-12
예술에 있어 반항은 비판이나 해설서가 아니라 참된 창조 속에서 완성되고 영속되는 것이다.
한편 혁명은 공포 정치나 폭정 속에서가 아니라 문명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한 사회를 향해
우리 시대가 이제부터 제기하는 두가지 질문, 즉 '창조는 가능한가'와 '혁명은 가능한가'는
결국 어떤 문명의 새로운 탄생과 관련된 동일한 질문에 지나지 않는다.
470p-18
반항하는 인간이 살인을 하면 그 즉시 그는 세계를 둘로 나눈다.
반항하는 인간은 인간과 인간의 동일성을 부르짖으며 일어섰었는데 그는 지금 동일성을 희생시키고 피를 흘리며 차이를 기정사실화한다. 비참과 억압의 한복판에서 반항하는 인간의 유일한 존재 가치는 바로 이 동일성에 있었다.
인간 존재의 긍정을 목표로 삼았던 바로 그 운동이 인간이 존재하기를 그치게 만든다.
485p-9
만일 반항이 어떤 철학을 정립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어떤 한계의 철학, 정확하게 계산해 본 다음 어느 정도의 무지를 인정하는 철학, 위험을 부담하는 철학일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죽이지도 못한다. 반항하는 인간은 역사를 하나의 절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본성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생각의 이름으로 역사를 거부하고 역사에 이의를 제기한다.
498p-6
절도와 과도, 정오의 사상, 허무주의를 넘어서
#작품해설 - 알베르 카뮈와 반항과 테러에 대한 성찰
알베르 카뮈가 한사람의 소설가 <이방인>과 <페스트>의 작가 혹은 <시시포스의 신화>의 사상가에서
이책 <반항하는 인간>을 통해 철학자로 이해되는 기회가 되었다.
과연 사상과 철학을 아우르는 글쓰기는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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