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년 일어난 병자호란에서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조정은 이렇다 할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항복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청나라와 강화를 주장하는 주화파와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척화파가 극심하게 대립하게 되었는데, 조정은 어쩔 수 없이 주화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척화파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이후 청나라로 잡혀가 죽거나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 시를 지은 최명길은 주화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었지만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명나라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고, 결국 이 일이 발각되어 자신도 청나라로 잡혀가 심양(瀋陽)에 억류된다. 이 시는 이때에 지어진 작품이다.
심양은 북쪽의 내륙으로 우리나라에 비하여 무척 추운 지역이다. 절기상 봄이 왔는데도 온화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고 봄눈까지 내려 도무지 봄의 정취를 찾아볼 수 없게 한다. 시인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억류된 몸으로 모든 것이 절망스럽지만 따뜻한 봄의 기운을 바깥의 환경에서 찾지 않고 내 마음속에서 찾아내어,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진정한 봄을 느끼고 있다.
이제 입춘은 물론 우수, 경칩도 다 지나 사람들의 옷차림도 점점 가벼워지고, 꽃은 아직 피지 않았지만 봉오리를 드리우고 있으니, 외적 환경은 바야흐로 봄이 된 듯하다. 그러나 시인의 말처럼 외물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봄이 진정한 봄일 것이다. 이 아침에 누구 한 사람 빠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봄을 찾아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