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새벽 한시쯤, 지하철에서 PMP로 교육방송을 보다 노원역을 지나쳤다
막차시간이 다된시간이라 상계역에서 다시 반대방향으로 갈아타고
정신없이 집으로 가는길,
새벽 밤길에 구두발 소리가 유난히 정신없이 느껴졌다.
앞에가는 여자가 신경쓰일듯해서 더빨리 걸어서 앞질러 갔다.
드디어 아파트 단지앞 횡단보도에 주황색 점멸등이 더빨리 가라는듯 깜박이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그때, 오른편에서 전조등을 환하게 밝힌 차가 속도를 내며 달려온다.
순간 멈출까 뛸까를 고민하다 냅따 이차선 도로를 뛰어건넜다.
그리고 하나, 둘, 세 걸음에 뒤에서 우지직... 하면서 육중한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
뒤돌아 보니 자전거와 사람이 쓰러져 있고 차는 좌회전 하다 멈춰서 있다.
급하게 뛰어나온 아줌마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져있고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지만
전혀 움직임이 없다.
순간 또 고민한다. 죽은거 아닐까? 바로 응급실로 가야하는건 아닐까? 어떻게 할까?
주변에는 내가 앞지른 여자와 새벽시간에 여자 꼬시러 나온 남자 둘
그리고 그들이 기다리던 여자가 막 나오고 있었다.
목격자는 모두 다섯, 이정도면 나 말고도 사건을 증명할 사람은 많구나 안심하면서
다시 집으로 급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집에와서 그 순간이 마치 정확한 필름영상처럼 명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목격자
그순간 내 행동에 대한 후회, 만약에 이랬더라면 그런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하는 아쉬움
가해자와 피해자의 잠못이루는 긴밤 을 생각하면서 나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다음날의 사고 현장에는 흰색 스프레이로 그 순간의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가을비가 은행나무 가로수잎으로 떠 노랗게 물들이는 순간,
간밤의 사고가 피해자에게는 육체적 상실로
가해자에게는 정신적 상실로 오래도록 남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빗물에도 씻겨지지 않는 흰색 충돌 현장을 보며
내 행동을 뒤돌아 본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속에서
나는 익명의 보호막 뒤에 숨어 나의 안위만을 감사하며 사는것은 아닌지...
가을비가 도시인들의 겨울을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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