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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대통령의 길

오바마, 농구 코트서 ‘대통령의 길’ 배웠다

 

시인 서정주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8할이 농구인 것 같다. 미국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신호에서 농구가 어떻게 오바마를 대통령 으로 만들었는지 보도했다. 다음은 보도 내용이다.



흑인 오바마의 정체성을 일깨워 준 것은 농구다. 어린 시절 인종차별을 당하던 그는 농구 코트에서 평등한 세상을 봤다. “코트에선 피부가 검은 것이 약점이 되지 않았다”고 오바마는 자서전에서 회고했다. 함께 농구를 하던 동네 형들로부터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라 네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너를 만든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오바마는 틈날 때마다 농구를 했고 농구로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고교 시절 농구팀에 들어갔는데 경기에 거의 못 나가는 후보였다. 오바마는 자신이 뛸 실력이 된다고 느껴 불만도 많았다 한다. 그러나 그는 이겨냈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팀의 부분이 되는 것, 규율을 지키고 실망을 견뎌내는 것,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바마가 정식 농구팀에 소속된 것은 고교 3년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평생 농구공과 함께 살았고 '동네 농구'를 했다. 감독도, 심판도 없이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이는 동네농구를 하면서 분쟁 해결 능력과 감정 조절,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통합의 리더십을 배웠다. 오바마는 “공정하지 않으면 싸움이 난다. 팀 전원이 책임감을 갖게 하지 않으면 경기에 진다”고 했다. 오바마가 하버드대 로스쿨 편집장이 된 것은 동네농구에서 이런 통합 능력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SI는 해석했다.



농구로 인맥도 만들었다. 사회운동을 할 때 농구를 통해 빈민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었다. 시카고대학 등에서 농구를 하다 만난 학생들이 대선 때 그의 참모가 됐다.



농구는 결혼에도 도움을 줬다. 부인 미셸의 오빠는 아이비리그 최고 선수 출신으로 현재 오리건주립대 감독인 크레이그 로빈슨이다. 로빈슨은 “동생 신랑감의 심성은 코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오바마를 농구로 테스트했다. 로빈슨은 자신의 프린스턴대학 농구팀 동료였던 재계 인사 등을 오바마에게 소개했고, 이들이 선거자금을 마련해줬다.



선거도 농구로 이겼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친근한 농구 이미지로 힐러리 클린턴의 기선을 제압했다. 결국 오바마는 농구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인디애나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기면서 힐러리를 꺾을 수 있었다.



존 매케인과 경쟁한 대선에서도 그랬다. 농구선수 출신이면서 오바마 캠프의 선거전략가였던 마티 네스빗은 “우리는 유세 도중 농구를 한 곳에선 이겼고 농구를 하지 않으면 졌다. 이후 모든 지역에 유세를 가서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캠프엔 10여 명의 농구선수 출신이 있었고, 내각에도 6명의 농구인이 진출했다.



성호준 기자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