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산업보안·레저경영·한류경영 MBA…“아무도 안 하는 걸 해야 경쟁력 생겨”
“다른 학교엔 없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과정을 만드는 게 우리 학교의 경쟁력입니다.”
지난 12월 8일 만난 윤은기(尹恩基·57)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총장은 우선 학교 자랑부터 했다. 윤 총장은 1990년대 초 ‘시(時)테크’란 용어를 최초로 만든 경영 컨설턴트이자 유명 강사다. 그는 작년 3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으로 취임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2004년 3월 국내 최초로 학부 과정 없이 석·박사 과정만 가지고 설립된 경영전문대학원이다. 올해 정규과정 정원이 70명밖에 안 되는 ‘미니’ 대학원이다.
윤 총장은 “이젠 윈-윈(win-win)이 아니라 윈-윈-윈(win-win-win) 철학이 필요한 때다”란 수수께끼 같은 말로 학교 경쟁력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학교 규모 작아 발빠르게 틈새시장 파고들 수 있어
“상생의 뜻을 가진 ‘윈-윈’은 도둑과 장물아비 사이에도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윈-윈-윈’은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지만 반드시 사회에도 좋아야 한다는 철학이다. 고등교육기관은 마지막 ‘윈’, 즉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다.”
윤 총장이 윈-윈-윈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최근 빼든 카드는 ‘산업보안 MBA(경영학석사)’ 과정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지난 11월 28일 국가정보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봄 학기부터 산업보안 MBA 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국정원은 강의를 해주고 사례도 제공하기로 했다. 윤 총장은 “산업보안 MBA는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국정원의 협조를 얻기 위해 6개월이나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예전에 ‘산업스파이의 공격과 방어’란 책을 냈던 경험이 있고, 국정원 산업보안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어서 협조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이같이 사회에 수요는 있지만 아직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틈새 MBA 과정을 계속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 12월 9일엔 강원도 춘천에 레저경영대학원 캠퍼스를 준공했다. 이곳에선 레저경영 MBA, 한류경영 MBA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하게 된다. 또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환경경영 MBA 과정도 준비 중이다.
윤 총장은 “학교의 규모가 작으니까 오히려 기동성 있게 차별화된 MBA 과정을 만들어 ‘명품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
폭탄주 금지·정시수업… CEO 과정도 인기
윤 총장의 차별화 전략은 최고경영자(CEO)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기존 과정이 백화점식 교양 강좌와 인적 네트워크 교류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걸 반성하고 이와는 다른 과정을 만들어 국내 최고의 CEO만 모으겠다고 결심했다. 윤 총장은 CEO가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사전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성공한 CEO들은 이미 충분한 인맥을 쌓고 있어 더 이상 인맥을 쌓는 건 부담스러워 한다. 대신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윤 총장은 “한 달간의 고민 결과 다른 학교와는 완전히 차별되는 최고경영자 과정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CEO들이 시간이 부족한 걸 고려해 6개월 과정을 4개월로 줄였다. 그리고 일주일에 이틀 수업을 하루로 줄였다. 대신 백화점식 강의가 아니라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한 주제로 심화 과정을 만들었다. 시간을 줄이는 대신 강의의 질을 높인 것이다. 최근엔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도 만들었다. 윤 총장은 “의제가 뚜렷하고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자 한국 최고의 CEO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친목을 위한 술자리는 금지하고, 페인트칠하고 못을 박는 등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게 했다. ‘친선 골프’는 ‘자선 골프’로 이름을 바꿔 기부의 의미를 넣었다. 윤 총장은 “CEO들이 봉사를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동반 모임 안 하기’ ‘폭탄주 금지, 와인은 허용’ ‘강의는 정시에 시작하고, 정시에 마치기’ 등 CEO의 시간을 뺏지 않는 걸 원칙으로 세웠다.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석사과정 학생의 장학금으로 돌리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 국내 최고의 CEO를 학생으로 영입하기 위해 윤 총장이 직접 발로 뛰었다. 윤 총장은 강의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킨다. 윤 총장은 “강의를 맡은 교수에게는 강의 날 아침에 목욕을 하고 오라고 당부한다”며 “‘정성’이 들어가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이 실속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다른 학교는 40~50명 정원도 못 채우는데 70명 정원이 모자라 80명까지 자리를 늘려야 했다.
최고경영자 과정의 성공에는 윤 총장의 마당발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 윤 총장은 “학부는 고려대, 석사는 연세대, 강의는 서울대에서 했으니 국내 주요 대학과 모두 인연을 갖고 있고, 거기에 공군장교와 경영 컨설턴트를 하면서 만난 사람도 셀 수 없다”고 말했다. 6년간 KBS라디오의 ‘생방송 오늘’을 진행하면서 쌓은 1만여명의 인맥도 윤 총장의 자산이다. 현재 골프칼럼니스트협회 회장까지 맡고 있다.
윤 총장은 “처음엔 취미로 하다가 연구를 해보니 골프는 한국에서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칼럼을 쓰면서 ‘골연(골프로 맺은 아름다운 인연)’이란 신조어도 만들었다.
“성공한 사람은 남을 먼저 생각”… 소설도 쓰고 싶어
윤 총장은 최고경영자 과정 등에서 강연을 하면서 성공한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때 자주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한다. 그는 “이미 성공한 사람은 나보다는 남을 생각해야 한다”며 “기부나 사회 공헌에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또 ‘시기하지 말라’가 아니라 ‘남에게 시기심을 불러일으키지 말라’는 조언도 한다. 윤 총장은 “탁월함을 추구하다 보면 교만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오만과 독식은 지속 불가능한 것의 지름길이니 피해야 하고, 겸손과 나눔이 지속 가능한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어렸을 때 꿈인 소설가가 되겠다는 희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고려대 심리학과에 진학한 것도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해서 소설가가 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최근에도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소설 ‘객주’를 쓴 김주영 선생을 만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소설 한 편을 못 썼다.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않은 게 인생엔 도움이 됐다. 윤 총장은 “언젠가는 소설가가 될 것이니 지금 당장 양심을 팔면서 글을 쓸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잡을 수 있었다”며 “상상력과 창의력도 샘 솟아 경영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Resear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명도 안면암 지도법사 석지명 스님 (0) | 2009.01.03 |
---|---|
허창수 GS그룸 회장 신년사 (0) | 2009.01.02 |
20대, 남성보다 여성이 책 더 많이 읽는다?! (0) | 2008.12.31 |
2009년도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계획 (0) | 2008.12.31 |
신재생에너지 우수마을 200개 조성 (0) | 2008.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