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것을 보며 거듭 조선(朝鮮)을 위해 애통해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 조선이 강성했을 때에는 하(夏)와 은(殷)을 뛰어넘는 문명이 있었고 수(隋)와 당(唐)을 능가하는 기세가 있었으니, 참으로 당세의 웅장한 기백이었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아, 분하다! 다른 나라 사람이1) 우리나라를 분단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떠들썩하게 울부짖고,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를 보호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빙그레 웃는다. 장상관리(將相官吏)는 외국인의 안색을 엿보고 마치 효자가 부모를 섬기듯 먼저 뜻을 받들 생각을 한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은 외국인의 숨소리만 들어도 환영하고 마치 유기(遊妓)가 정인(情人)에게 아양 떨듯 뛰어나가 받들며 분주히 달린다. 이른바 정객(政客)의 의견이란 “우리는 자력독립(自力獨立)에 의지할 수 없소. 우리는 다만 미국 같은 큰 나라와 연결해서 부력(富力)을 빌려 점차 진보하기를 구할 뿐이오. 우리는 다만 소련 같은 큰 나라와 연결해서 그 공산주의(共産主義)를 빌려 점차 성장하기를 구할 뿐이오.”라고 한다. 민간의 생각도 마치 바람이 불어 대나무가 흔들리고 풍랑이 일어 대나무가 흔들리듯 별로 주장하는 바가 없고, 다만 생활이 안정되기를 구할 뿐이다. 이른바 지식계급의 생각도 “오늘 우리 조선은 자력으로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하니 인의(仁義)와 화친(和親)이 있는 나라가 우리를 근심하고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면 좋겠다.”라고 하여 한 사람도 독립에 대한 좋은 계책을 내지 못한다. 더러 있더라도 세상에서 모두 그 뜻을 알지 못하고 까닭 없이 물리치니 누가 능히 선후책(善後策)을 내겠는가? 아, 애통하다! 우리나라의 오늘날 자격이 이와 같을 뿐이란 말인가? 우리나라 장래의 앞길도 필경 이와 같을 뿐이란 말인가? 아, 애통하다! 옛날부터 민심이 전제(專制) 하에 있다가 갑자기 해방이 되니, 그 민심의 문란한 상태가 마치 홍수와 풍파처럼 일어나 사람들마다 모두 자기가 영웅이고 사람들마다 모두 자기가 애국자이고 사람들마다 모두 자기가 주의사상가(主義思想家)라 하여, 영웅과 애국자와 주의사상가가 조선 천지에 가득찼다. 그런데 이들에게 건국과 치국의 방책을 물으면 흉중에 도무지 한 가지 계책도 없고, 한두 당의 당수(黨首)가 각기 한 가지 계책을 제창하면 “나는 아무개를 지지한다. 나는 아무개를 지지한다.”고 하기만 하고 그 계획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으며, 각기 영수(領首)가 되어 끝내 서로 맞서는 당파가 되어서는 당쟁과 파쟁을 일삼는다. 이것이 이른바 ‘언덕에 올라 촛불을 잊고, 당을 이루어 나라를 잊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아, 애통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포를 훼방하는 마음은 있으나 동포를 존앙하는 마음은 없다. 때문에, 합하면 마치 마른 보리처럼 바람에 날리고, 흩으면 마치 굽이치는 냇가의 어지러운 돌처럼 하나도 규칙이 없다. 밖에 나가 함부로 자유를 부르짖다가 소위 암살사건(暗殺事件)이 연이어 일어나 속정(俗情)을 소란스럽게 하는데, 암살이란 애국자의 미행(美行)이 아니라 속류자(俗流者)의 객기이고 건국에 방해가 될 뿐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참된 수구(守舊) 때문에 나라를 그르쳤다면 그 나라에 그래도 해 볼 만한 데가 있지만, 거짓 유신(維新) 때문에 나라를 그르쳤다면 그 나라에 도리어 해 볼 만한 데가 없으리니, 누가 능히 이를 알겠는가.
1)『新大學』의 원문은 우리나라 사람[吾人]이라 되어 있으나 『신대학』이 인용한 양계초(梁啓超)의 「신민설(新民說)」의 원문은 다른 나라 사람[他人]이라고 되어 있다. 「신민설」의 원문을 취하여 『신대학』의 오기를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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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觀於此而不能不重爲朝鮮恫矣. 疇昔朝鮮盛强之世, 有越夏越殷之文明, 有凌隋凌唐之氣勢, 固當世之雄偉氣魄而今安在哉. 嗚呼忿哉! 聞吾人之議中分我國也則噭然而啼, 聞吾人之保護我國則囅然而笑, 將相官吏伺外國人之顔色, 先意承志如孝子之事父母, 士商農工仰外國人之鼻息, 趨承奔走如遊妓媚情人. 所謂政客之意見, 曰吾自力獨立不足恃矣. 吾但求結一大邦之美國, 以借其富力而漸進, 吾但求結一大邦之蘇聯, 以借其共産主義而漸成. 民間之意別無主張, 若風打之竹, 浪打之竹, 但求其生活安定. 其所謂知識階級之意, 曰今日吾朝鮮非可以自力自救, 庶幾有仁義和親之國, 恤我憐我助我乎, 無一人出可獨立之好策者. 若或有之, 世皆不知其意, 而無端斥之, 孰能善其後哉? 嗚呼恫哉! 我國今日之資格如斯而已乎? 我國家將來之前途竟如斯而已乎? 嗟呼恫哉! 疇昔專制下之民心. 突然解放, 其民心之紊亂狀態, 若洪水濫波, 人人皆自英雄, 人人皆自愛國者, 人人皆自主義思想家, 英雄愛國者主義思想家, 遍滿朝鮮天地, 對其人問其建國治國之策, 則胸中都無一策, 有一二黨首者, 各倡一計, 則曰我支持某也, 我支持某也, 不擇其計劃之善不善, 各爲其領首, 終成相對之黨派, 以黨爭派爭爲事, 是所謂登壟忘燭, 成黨忘國者也. 嗚呼恫哉! 吾國人有同胞毁妨之心, 無同胞尊仰之心, 故合之如乾麥隨風飛散, 散之則如溪回亂石一無規則, 妄呼野出自由, 所謂暗殺事件踵起而擾亂俗情, 暗殺者也, 非愛國者之美行, 而俗流者之客氣也, 而爲建國之妨害也, 可不愼哉! 以眞守舊誤國, 而國尙有可爲, 以僞維新誤國, 而國乃無可救者, 其孰能知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