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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위기는 기회

[CEO인터뷰] "위기는 기회, 마음먹기 나름 이예요

 

 

 

 

 

“위기를 기회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지난 1월1일 새벽 5시30분. 아직 어둑어둑한 가운데 서울 청계산 등산로 입구가 새해 아침을 깨우듯 시끌벅적해졌다. FnC코오롱.코오롱패션.캠브리지 등 코오롱패션 3사가 진행한 ‘2009 경제살리기 희망나눔’행사 현장. 임직원들은 신년 해돋이를 정상에서 보기 위해 새벽같이 집을 나선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차를 나눠주고 스포츠타월과 무릎담요.등산화 등 경품도 선물했다. 이날 젊은 직원들과 함께 커피를 타서 등산객들에게 건넨 온화한 미소의 은발 신사가 있었다. 바로 코오롱패션 3사 CEO인 제환석(63)사장. 새해 아침을 특별하게 연 제 사장을 청계산에서 만났다.

 

◇“위기일수록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등산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행사가 대 성공이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옆에 섰던 직원이 “이게 사장님 아이디어였어요”라고 귀띔했다. 제 사장은 슬며시 웃으며 “새해 첫 날 직원들과. 또 고객들과 희망을 함께 나누려고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새벽잠을 설치고 모인 직원들이나 기자나 귀찮은 마음이 없지 않았을 터. 하지만 동이 트기도 전에 몰려든 수백여명의 등산객들이 뜻밖의 작은 선물에 기뻐하는 모습에 직원들은 뿌듯해했고 기자 역시 와서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등산과 골프가 취미인 제 사장은 소문난 등산 애호가. “시골에서 자라고 전방에서 군복무를 해 겨울산도 낯설지 않다”면서도 뜻밖의 얘기를 털어놨다. “제가 찬바람 알레르기가 있어요. 그래서 찬바람 쐬면 콧물이 나지요.” 그런데 왜 굳이 신년행사로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산행을 기획했을까. “경제는 곧 심리예요. 불황을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이런 다짐을 하기에는 산 만큼 좋은 장소가 있을까요. 게다가 코오롱스포츠의 주 고객인 등산객들과도 자연스레 만나기 좋겠다 싶었고요.(웃음)”

 

◇“불황에는 불황 극복 아이디어로 대응해야 합니다.”

 

사실 코오롱 패션 3사의 2008년 농사는 풍작에 가까웠다. 4분기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11% 신장한 5783억원에 달했다. 특히 코오롱스포츠 등 아웃도어와 스포츠.캐주얼브랜드들로 구성된 FnC코오롱이 매출 신장을 주도했다. 2009년에도 코오롱 패션 3사는 두자리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제 사장은 수장으로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의류쪽.특히 남성복 소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신 불황에는 산에 가는 사람들이 늘어 등산복 등 스포츠웨어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사장의 머릿속은 이미 불황 극복 아이디어로 가득차 있다. 우선 불황기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해 ‘불황에 강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예를들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이번 겨울에 소비자들은 가격은 부담없고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다운점퍼를 크게 선호했다. “불황일수록 옷 하나를 사도 부담이 적고 실용적인 상품을 선호하는게 소비자들의 심리”라는 설명.‘공짜마케팅’같은 불황극복마케팅도 펼쳐나갈 계획. 공짜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브랜드를 알린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 마지막 하나는 코스트(비용)줄이기. 협력업체와 상생의 길을 모색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위기를 기회로 마음먹기 나름이죠~”

 

이날 청계산 입구에 모인 코오롱패션 직원들은 이런 문구가 쓰인 띠를 두르고 있었다. 제 사장은 불황기에는 직원들이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일하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불황에 살아남는 기업.‘강한 기업’이 되려면 직원들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것. “물론 회사는 직원들의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잘 하면 칭찬해주고 인센티브도 주어서 사기를 북돋워야겠지요.”

 

1973년 코오롱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998년 그룹 경영지원팀장을 거쳐 2006년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제 사장은 후배 직원들의 ‘롤 모델’이다. 전형적인 ‘얼리 버드’형으로 근면. 성실함을 갖춰 매일 오전 6시30분이면 출근해 전날 매출을 체크하고 하루 일정을 정리한다. 남성복업체 캠브리지를 인수한 뒤에는 전국 1500여개 매장을 틈만 나면 순시하며 ‘현장’을 살핀다.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맨스타.캠브리지 등 장수브랜드들은 제 사장의 진두지휘아래 조금씩 ‘오래됐지만 젊은 브랜드’로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도 과감하게 시도한다. 패션업체 중 최초로 스포츠서울에 연재중인 이현세화백의 골프극화 ‘버디’에 프리미엄골프브랜드 ‘엘로드’의 로고협찬마케팅을 펼쳐 다른 골프브랜드들의 부러움을 사며 ‘성공한 타깃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말단 사원에서 CEO의 자리에까지 오른 비결을 묻자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함께 겸손한 답이 돌아왔다. “운이 좋았던 것 같네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제 사장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꿈이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CEO가 되는 것.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코오롱스포츠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중국에 이어 미국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꿈꾸는 CEO. 성큼성큼 산으로 올라가는 제 사장의 힘찬 발걸음 앞에 위기는 정말 기회일 수 있겠다 싶었다.

 

 

과천 코오롱타워에서만 볼 수 있는 2가지는?

코오롱 패션 3사가 자리하고 있는 과천 코오롱타워에서만 볼 수 있는 2가지가 있다. '신호등'과 '5분 빠른 시계'가 그것.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첫 눈에 들어오는 신호등은 각 매장의 매출 현황을 매일 체크해 성과에 따라 빨강, 파랑, 주황색 불이 켜진다. 담당자들은 매일 아침 신호등 색깔에 따라 웃음과 한숨이 엇갈리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현장의 상황이 한눈에 체크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5분 빠른 시계에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 사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특히 "임원과 팀장일수록 시간을 지켜 가장 먼저 아침을 여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계 덕분에 임원들은 5분 빨리 회사에 출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