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 도종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어둠 속에서 어깨를 떨며 서 있을 때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말없이 다독여주시던 손길을 잊고
눈물을 멈출 수 없어 부끄럽게 돌아앉아 있을 때
가까이 와 낮은 소리로 일으켜주시던 말씀을 잊고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 헛된 이름을 팔며
보이게 않게 허물을 늘려가는 하루 또 하루
지킬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욕되게 사는 삶 팔아 양식을 벌고
욕되게 쓰는 글 팔아 목숨을 이어가는
차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돌아가자 돌아가자고 두 줄의 시를 쓰다
때묻어 궁글며 한 줄의 시를 더 잊어버리는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잠자리를 펴고 누웠다가도 문득문득
소스라쳐 눈이 떠지곤 하는 하루 또 하루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