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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지자체 서울사무소

지자체 서울사무소 ‘뛰어야 산다’

 


[한겨레] “재정 열악, 정부 예산 한푼이라도 더…”

 

 



“독립운동 하듯 죽을 각오로”

공무원 만나고 고향인맥 구축

종부세율 인하되면 더 난감

현재 36곳… 앞으로 더 늘듯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5층. 통일부에 들른 배대은(36)씨는 담당 사무관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배씨는 이어 청사 별관과 본관을 잇는 통로를 지나 본관 18층에 있는 소방방재청을 찾았다. 전남 강진에서 서울로 올라 온 뒤로 하루에도 수도 없이 오간 길이다. 어느덧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배씨는 강진군의 어엿한 7급 공무원이다. 하지만 하루 30여명씩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만나는 게 주요 일과다. 강진군청 서울사무소 수도권전략팀장이란 직함을 지닌 그는 “미리 전화하면 ‘그냥 전화로 말씀하시죠’ 하니까 일단 찾아가 본다” 고 말했다. 그가 공무원들을 찾는 까닭은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서다.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재정자립도가 고작 9.1%인 강진군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는 게 배 팀장의 설명이다. 예산이 본격 논의되는 8~9월에는 예산부처에서 거의 살다시피한다.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간 요즘은 여의도에 자주 가야 한다. 밤늦게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는 사무소 겸 숙소에 돌아와도 빨래와 보고서 작성이 기다리고 있다. 사무소에는 그 말고도 5명의 공무원이 더 있다. 배 팀장은“ 공무원이 아니라 세일즈맨”이라고 말했다.



 

11월 말 현재 서울에 차려져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사무소는 36개다. 각각 적게는 1명, 많게는 7명의 공무원이 있다. 대개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시·군청의 기획예산과 직원들이다. 특히 지난 2007년 이후 19곳이 생겼다. 공무원들은 “90년대 말부터 한 두 군데 생기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2006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 너도 나도 ‘서울사무소 개설’을 공약으로 내걸다보니 2007년에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남 상주시 서울사무소 장운기 소장은 지난해 4월 상경했다. 당시“독립운동하듯이, 죽을 각오로 하자”고 다짐했다는 그는 “오죽하면 그 부족한 예산 쪼개 올라왔겠어요. 절박함, 딱 그겁니다”라고 지차제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다. 상주시장이 800여명의 행정·농업직 군청 직원을 대상으로 ‘서울행 공개 모집’을 실시했을 때 지원자는 아무도 없었다. ‘성과’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들의 땀은 결실을 맺기도 한다. 한 군의 경우 지역 관광사업에 내년도 국비를 증액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7년에 걸쳐 수도권 출향 거주자 3만여명의 명단을 확보하는 등 인맥을 구축하고 발로 뛰어 관리한 결과다.



최근 이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헌법재판소에서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을 냈기 때문이다. 종부세의 상당부분이 지방재정으로 충당된 만큼 당장 세수 감소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지자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전북 고창군 서울사무소 이길현 소장은 “종부세 처럼 지방에 지원되는 세금이 줄어들면 정말 갑갑한 노릇”이라면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없으니 중앙의 ‘정보 전쟁’에 더 의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서울사무소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상주시 최영환 팀장은 “내년이면 (서울사무소가) 50개가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처: 한겨레 신문